병원에서의 ‘태움’ 문화, 직장에서의 따돌림과 괴롭힘 등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형태의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고조돼있다. 그러한 가운데 2018년 9월 12일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법,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 규율하고 있는 일련의 법률 개정안들이 통과되었다. 이에 경총 노동경제연구원 법제연구실에서는 2018년 9월 13일 ‘직장내 괴롭힘의 소송상 쟁점’이라는 주제로 이슈스터디를 개최하였다.

이슈스터디는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 쟁점에 대해 전문가를 초빙하여 현황과 기업의 대응 방안에 대해 분석하고 주요 기업에서 참석한 관련 업무 담당자들이 함께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경총 노동경제연구원에서 비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행사이다.

금번 이슈스터디에는 법무법인 광장의 송현석 변호사가 발제자로 초빙되었다. 롯데, 애경, 한화, NH, 네이버 등 다수의 기업들이 참석하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직장내 괴롭힘 관련 법률 개정안들에 대하여 일선 기업들이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사법부 판단기준 정리 미흡”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 누구든지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음
▶ 인지 시 사용자는 조사 의무
▶ 조사 기간 동안 사용자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 부담
▶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되면 사용자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 부담(징계, 배치전환 등)
▶ 피해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등에 대한 불리한 처우는 금지됨(위반 시 형사처벌 부과, 나머지 조항에는 제재 규정 없음)
▶ 취업규칙 내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조치에 관한 조항 명시 의무

발제에 나선 송현석 변호사는 2005년도 이후 노동법과 관련된 쟁점 중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비정규직법 개정,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화, 직장내 성희롱 문제 등이라고 평가하면서, 2018. 9. 12.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된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직장내 괴롭힘 관련 법률 개정안들은 앞선 어떤 쟁점들보다도 가장 큰 파괴력을 가진 법개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장내 괴롭힘 문제는 문제의 심각성과 피해의 광범성에 있어서 신속한 대처가 필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성간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희롱 문제와는 차원을 달리하며 괴롭힘의 양상과 방향, 대처 방법 등에서 상당히 복잡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통과가 강행되었다는 점에서 다소 졸속으로 이루어진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였다. 물론 법률이 통과되어 직장내 괴롭힘의 개념을 분명히 하고 사용자와 가해자, 피해자 사이의 문제해결 방법이 조금이나마 구체화된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송현석 변호사는 최근 수행했던 소송 사건 중 하나를 예로 들면서 우리 사법부가 아직까지도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판단기준을 완벽하게 정리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2014년 지방 공기업에서 총무국 여직원에 대한 직장내 성희롱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동료 직원이 증언을 거부하고 피해 근로자 구제와 가해자 처벌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게 진행되자 어떤 직원이 이를 언론사에 투서를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언론사에 투서한 것으로 지목된 직원을 총무국장이 본래 업무와 관련 없는 교통국으로 발령하고, 교통국장은 배치전환 된 해당 직원에게 부여할 업무가 남아있지 않다는 이유로 외근을 주로 하는 주차단속원으로 발령을 내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직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총무국장의 인사발령은 최고 책임자인 이사장의 결재를 받아 진행됐다. 해당 공기업에서는 자살 사건 발생의 책임을 물어 위의 총무국장과 교통국장을 각각 해고했다.

이 사건을 맡은 1심 법원은 형식적인 해고의 정당성만을 검토하여 두 국장에 대한 해고가 절차와 사유에 있어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이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피해 근로자가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이라는 측면은 전혀 고려되지 못했다. 하지만 2심 소송 과정에서 변호인이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것을 강하게 주장하여 가해자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자살한 피해 직원은 산재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인정받았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직장내 괴롭힘 문제는 아예 사건화 되지도 않고 묻혀버리거나 사건화 된다 하더라도 소송이나 기타 행정절차 처리 과정에서 단순히 배치전환의 정당성, 징계처분의 정당성, 해고의 정당성 문제로 다뤄지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실제 직장내 괴롭힘 문제가 어느 정도 발생하고 그 중 사건화 되어 처리되는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정리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별기업 내 직장내 괴롭힘 관련 소송 전담팀 필요

하지만 직장내 괴롭힘 문제에 대한 소송이 본격화되면 그 파괴력은 과거 직장내 성희롱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본격적으로 다루어지던 때를 훨씬 상회할 것이다. 다만 문제화되고 판례가 축적되어가는 과정은 과거 직장내 성희롱이 문제화되고 법원에서 사건으로 다루어지게 되던 당시와 매우 유사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송현석 변호사에 따르면 직장내 성희롱 문제도 초기에는 피해자가 해고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고, 대개의 소송은 원고인 성희롱 피해 여성이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소송, 위자료청구소송 등을 제기하는 모습으로 전개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회사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을 해고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성희롱 가해자가 원고가 되어 회사를 피고로 소송이 진행된다고 한다. 피해자는 소송 과정에서 참고인이나 증인이 되는 구조로 양상이 바뀌었다고 한다.

직장내 괴롭힘 문제도 본격적으로 소송 건수가 늘어나게 되면 위와 같은 변화 과정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까지는 직장내 괴롭힘 1건으로 조직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중견기업 기준으로 최소 1,550만원으로 추산되었으나, 이 액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므로 개별 기업에서는 전담대응팀(TF)을 만들어서 본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노위 통과 법안, 직장내 괴롭힘 범위 지나친 확대 우려

송현석 변호사는 2018. 9. 12.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통과 법안에 대해서는 직장내 괴롭힘의 개념을 정의하면서 단순히 힘의 우위성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해외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개념인 가해의 집단성, 반복성, 체계성 등의 요건이 빠져있어서 괴롭힘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작장내 괴롭힘의 개념은 한 명 이상의 근로자나 관리자가 업무와 관련된 상황에서 반복적이고 의도적으로 괴롭힘, 위협 또는 모욕을 당하는 경우이고 독일에서도 근로자 상호간에 혹은 상관을 통한 체계적인 적대, 괴롭힘 혹은 차별을 직장내 괴롭힘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환경노동위원회 통과 근로기준법 개정안 제76조의2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직장내 괴롭힘을 규정하고 있다. 구제 절차와 관련해서도 피해자 또는 피해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든지 신고할 수 있게 한 것은 문제가 있으며, 허위 신고를 하는 경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도 개정안의 불비점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직장내 괴롭힘 문제 대응 관행 형성해야

송현석 변호사는 법률의 통과나 시행과 무관하게 개별 기업들이 선도적으로 취업규칙이나 인권장전 등으로 만들어서 자발적으로 직장내 괴롭힘 문제에 대응하면서 관행을 형성하여 정당한 업무지시와 직장내 괴롭힘 문제의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미 발생한 사건을 은폐하려고 하거나 과거의 인식에 사로잡혀 오히려 피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을 하는 등의 행위는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회사에서 해서는 안 되는 것
▶ 사실관계 확인 없는 문제 은폐
▶ 저성과자 퇴출을 위한 가학적 인사관리
▶ 피해 주장 근로자에 대한 보복성 부서 배치
회사에서 반드시 해야 할 것
▶ 개별 기업별로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 정립 필요(경영 내지 인사 철학과 연계)
▶ 공정한 신상필벌,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저성과자 관리
▶ 경영진의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
▶ 필요한 경우 휴식에 대한 자율성 보장, 스트레스 및 우울증 관련 교육
▶ 성희롱 예방교육과 연계한 직원인권 교육 실시

그리고 만약 회사 내에서 직장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하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는데 이는 산재발생시의 대응 방안과 매우 유사하다.

회사에서 준비해야 할 사항
▶ 사업장 내 사고발생시 사상자 구조, 병원 후송 : 인적 사항 확인 후 가족 통보, 작업 중지 및 현장보존
▶ 사실관계 확인(향후 쟁송에 영향) : 목격자 진술서 확보, 조사보고서 작성(형식에 구애받을 필요 없음)
▶ 장례절차 등에 적극 협조, 유족들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함
▶ 산재 신청과 관련하여 회사가 유족을 지원하는 경우의 문제(노무사 선임, 각종 확인서 등)
▶ 대외적인 의견표명은 공식창구로 일원화(확인되지 않은 사항에 관한 언급 자제) : 취재에는 성실히 임하되, 정보의 제공은 회사가 주도
▶ 합의 관련 대리인 선임 여부, 협상 시점, 합의금 산출 방법 등 숙고 필요 : 성급하게 피해자 과실을 언급하는 경우 유족 등의 항의 초래 우려(구의역 사고)
▶ 법률대리인 등이 있는 경우에도 항상 회사 관계자 동행
▶ 무리한 요구가 있는 경우 : 즉시 거부하지 않고, 보고, 관련부서의 의견 청취, 대외의사창구와의 협의, 협상 중단 여부 숙고, 응소 대비

그 외에 개정 법률안의 적용 범위와 관련해서, 첫째 SNS를 통한 괴롭힘은 개정 법률안의 괴롭힘 개념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 개정 법률안에는 괴롭힘의 주체로서 고객이나 제3자가 배제되어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되었다.

향후 힘의 우위성 개념이나 피해자 구제 및 가해자 처리의 수준 등은 판례와 기업별 관행의 축적을 통해 구체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법,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 규율하고 있는 일련의 법률 개정안들은 2018년 10월 1일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
향후 위 개정 법률안들이 어느 시점에 통과될 것인지 여부와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 등을 거치면서 내용상 변화가 초래될 것인지 여부 등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