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최근 경총 경제분석팀이 발표한 보고서 ‘국제비교를 통해 본 우리나라 상속 증여세제 현황 및 개선방안’의 내용을 일부 요약·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주>

원활한 기업승계는 단순한 부(富)의 이전이 아니라 기업 존속으로 일자리를 유지․창출하고, 체화된 노하우 및 기술 승계로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여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OECD 주요국에 비해 상속세율이 높아 기업승계 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승계 시 과도한 상속세 부담은 ‘기업하고자 하는 의지’를 저하시키고 경영상 불확실성을 높여 기업 활동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경영권 매각 사례(유니더스, 쓰리세븐, 락앤락 등)가 발생하고, 기업의 해외이전을 검토하는 등 국부 유출 및 경제의 성장 잠재력 저하가 우려된다.

반면, OECD 대부분 국가들은 가족 상속 시 세율 자체를 인하하거나, 각종 공제 등을 통해 정책적으로 원활한 기업승계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원활한 기업승계 지원으로 기술력 있는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고 장기적 투자와 고용 확대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상속·증여세제 개편이 시급하다.

상속·증여세제 국제비교를 통해 본 우리나라 제도의 문제점

일반적인 기업 상속 형태인 “주식으로 직계비속에게 기업승계”의 경우 실제 상속세 부담은 우리나라가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들과 딸 같은 직계비속에게 기업승계 시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50%)가 일본(55%)을 제외하고 가장 높다.

주식으로 기업승계 시 최대주주 주식 할증(최대 30%)까지 붙어서 실제 부담하는 상속세 최고세율은 우리나라(65%)가 일본(55%)보다도 더 높다.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일본(55%)이 우리나라(50%)보다 높으나 주식 할증 평가(10~30%)까지 고려 시 실제 부담하는 상속세 최고세율은 우리나라가 최대 65%로 일본보다 더 높은 것이다.

OECD 국가 중 일률적으로 주식 할증 평가를 적용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미국과 일본은 할증 평가 관련 조항이 있지만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직계비속에게 기업승계 시 대다수 OECD 국가는 상속세율 인하 또는 큰 폭의 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별도의 세율 인하가 없으며, 대폭적인 공제 혜택도 미흡하다. OECD 35개국 중 30개국은 직계비속 기업승계 시 상속세 부담이 없거나(17개국), 세율 인하 혹은 큰 폭의 공제 혜택을 부여(13개국)한다.

일본은 2018년 4월부터 신사업승계제도 시행 등 상속세 감세대상 확대, 사후요건 완화 같은 조치로 기업승계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한 우리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선진국보다 대상이 한정적이고, 요건이 까다로워 활용이 저조한 반면, 주요국은 대기업까지도 대상이며, 요건이 간소화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공제 대상을 중소·중견기업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사전·사후 요건(상속 전 사업영위기간 10년 이상, 상속 후 10년간 대표직 및 지분 유지 등)이 까다롭고 공제 상한(500억원)이 존재한다.

우리나라(2016년) 가업상속공제 제도 이용 건수는 76건, 공제금액은 약 3,200억원 수준인 반면, 독일(2011~2015년)은 연평균 1만 7천건이 넘고, 금액도 연평균 434억 유로(한화 약 55조원)에 달한다. 주요국은 기업규모 제한이 없거나(영국, 스페인 등), 요건이 간소화되어 있고(독일, 프랑스 등), 공제 상한이 없는(영국, 일본) 경우도 있다.

주요국(한국,독일,영국) 상속세 부담 비교

[기본 가정]
자산 200억을 배우자에게 개인기업 90억원, 장남에게 비상장 중소기업 주식 100억원, 장녀에게 기타 자산 10억원을 상속

[분석결과]
한국의 상속세 부담액(27.9억원)은 영국(2.1억원)의 13.3배, 독일(5.4억원)의 5.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남.
비상장 중소기업 주식을 상속받은 장남의 상속세 부담액은 우리나라가 14억원이나, 독일은 2.7억원이며, 영국은 상속세 부담이 없음.

상속 증여세제 개선방안

기업승계 시 상속세 세율 인하

기업승계 시 상속세 부담은 우리 기업들의 경영상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기업들의 해외 이전, 국부 유출, 외국계 투기세력의 경영권 공격 등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승계 시 과도한 상속세 부담은 기업 성장의 발판이 되는 자본 축적을 저해하고, 과도한 납세비용을 유발하여 기업의 임금 지불 능력과 일자리 창출 및 투자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상속세 부담으로 경영권 매각, 기업의 해외 이전, 외국계 투기자본의 경영권 확보가 이뤄진다면 국내 기업들의 일자리 유지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상속인의 주식 매각으로 지배력이 축소되는 경우 이를 틈타 외국계 투기세력이 경영권을 확보하게 될 수 있으며, 이러한 세력들은 단기적 투자성향이 강하여 국내 기업들의 장기적인 성장이 어려워질 것이다. 가업에 축적된 경영 노하우와 전통을 계승하고, 기업의 영속성 유지를 지원하기 위해 기업승계 시 해외보다 불리한 기존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 50%를 25%로 인하 할 필요가 있다.

직계비속 기업승계 시 상속세 부담이 있는 OECD 18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 평균값은 26.5%다. 다수 국가들은 가족에게 기업승계 시 실제 부담하는 세율을 더 인하하거나 공제혜택을 제공하는 등 우대하고 있다.

부가세 및 공제제도 고려 시 상속세 부과 22개국 중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18개국은 가족에 대한 상속세율을 더 인하해 준다. 특히, 영국, 스위스, 덴마크, 프랑스, 아이슬란드 등 9개국은 배우자 또는 직계가족 상속 시 전액 과세가 면제되거나 룩셈부르크, 스위스, 헝가리 등 5개국은 친족관계가 가까울수록 상속세율이 더 낮아지도록 설계했다.

지배주주 주식 할증 과세 폐지

경영권 프리미엄에 근거한 지배주주 주식의 할증 평가는 실질 과세 원칙에 위배된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기업의 경영실적, 미래 성장 잠재력, 대외적 위험도, 경영진의 능력과 성향, 시장 상황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1~2012년 2년간 인수/합병 사례를 바탕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분석한 결과, 기업 사례마다 △20%~59%까지 다양함에도 현행 규정은 획일적으로 주식 평가 할증률을 제시하여 타당성 결여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박성훈, 최대주주 소유주식 할증 평가율에 대한 실증연구, 2014). 특히, 상장기업의 경우 주식 보통가격에 이미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현행 주식 할증 평가 규정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중복 할증하는 것이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일률적인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를 통해 상속에 따른 경영권 승계에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고 있으므로 이러한 패널티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상속·증여를 통한 기업승계 시 지배주식의 비중 및 기업 규모에 따라 10~30%의 일률적인 주식 할증 평가로 상속세 최고세율이 65%까지 높아진다. 우리나라 이외에 OECD 국가 중 기업승계 시 일률적으로 할증 과세하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연과세 혹은 주식가액의 할인평가, 각종 세제혜택 등을 통해 원활한 기업승계를 촉진하고 있다.

미국의 지배주주 보유주식 할증제도는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할증뿐만 아니라 할인평가도 가능, 일본은 거래를 통해 사후적으로 측정된 가치만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인정한다.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 및 대상 확대

우리나라 제도 활성화를 위해 가업승계 관련 대표 재직, 경영기간 및 고용 유지 등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별로 전문경영인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대표이사 재직요건 삭제, 가업승계 전·후 경영기간 요건을 축소해야 한다. 가업 승계 전 최소경영기간이 한국은 10년이지만 독일은 없다. 가업 승계 후 최소경영기간은 프랑스가 3년, 독일/일본이 5년인 반면 한국은 10년이다.

10년간 정규직 근로자수 유지는 과도하게 엄격한 조건이므로 독일처럼 인건비 총액 등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영국은 고용유지 요건이 없으며, 독일의 고용유지 요건은 근로자 급여총액을 기준으로 한다.

업종변경 금지(한국 표준산업분류(대분류-중분류-소분류-세분류-세세분류)상 세분류 내에서만 업종변경 가능)요건을 폐지하고, 지분 유지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독일·영국은 업종변경 관련 제한이 없으며, 지분유지 최소 기간은 프랑스 4년, 일본·독일 5년으로 우리나라(10년)보다 짧다.

중소·중견기업 이외에 대기업까지 공제대상을 확대하고, 공제 상한을 폐지하여 가업승계를 지원함으로써 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하고 장수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영국, 스페인, 아일랜드는 기업규모별 제한이 없다. 독일은 2016년 법 개정을 통해 일정 자산 이상 가업승계 시 제도가 축소되었으나 상속세로 가업승계가 어려운 경우 세제혜택을 제공한다(임동원, 독일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동향과 시사점, 2017).

상속세 과세방식 변경 :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

최근 납세환경 변화를 고려하여 과세방식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 우리나라 상속세제는 1950년 상속세법 제정 공포 이후 징세행정상 간편함과 조세확보가 용이하여 유산세형으로 과세하고 있다. 하지만 상속세법 제정 당시 농업중심 경제에서 현재 산업중심 경제로, 과거 대가족 중심 사회에서 핵가족 중심 사회로 변화하였으므로 이를 고려한 과세방식 전환이 필요하다.

상속세를 부과하는 OECD 22개국 중 한국 등 5개국(한국, 미국, 영국, 헝가리, 터키)을 제외한 17개국이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유산취득세 방식이 유산세 방식보다 공평과세에 부합하며, 부의 분산 기능이 더 강하다.

상속인 또는 수증자가 여러 명인 경우 개인별로 취득한 경제적 이익의 크기에 비례하여 각자의 과표구간과 세율을 결정하므로 유산취득세 방식이 유산세 방식보다 응능부담의 원칙에 충실하다. 단일세율 또는 자본소득세로 대체하는 국가도 본질적으로는 취득과세 방식으로 해석한다.

유산세 방식은 피상속인의 전체 재산에 대해 일괄 과세하여 부의 분산 효과가 유산취득세 방식보다 약하다. 다만 상속세 과세방식을 취득과세 방식으로 전환 시 상속인 수를 크게 늘리는 위장 분할을 통한 납세의무 회피 방지를 위해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위장 분할에 대한 추징 규정을 마련하거나 일본과 같이 분할대상을 법정상속인으로 의제하여 총 납부세액을 산출한 후 이를 실제 상속받는 자에게 유산 배분 비율대로 과세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