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유럽의 사회적대화 발전 과정에서 배운다(1)독일 제조업의 본산 자동차산업협회(VDA)

경총 탐방팀이 독일 자동차산업협회(VDA : Verband Der Automobilindustrie)를 방문한 것은 2018년 10월 22일, 월요일 오전 9시였다. 10월 중순이었지만 독일 베를린은 우리나라의 초겨울 날씨였다. 비까지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더 차갑게 느껴졌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 베를린 본부 건물은 베를린 훔볼트 대학 법과대학 오른편에 위치하고 있었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는 독일의 대표적 제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630여 개의 회사가 소속된 독일 최대의 제조업 사업주 협회이다. 폭스바겐, 다임러, 아우디 등 유명한 완성차 제조업체 뿐 아니라 자동차 부품과 전장 회사 등 다양한 중소기업들까지도 회원으로 가입해있다. 본부는 베를린에 있으며, 브뤼셀, 모스크바, 북경 등에 각 지역 본부를 두고 있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는 독일 자동차 산업을 대표해서 정부에 대하여 업계의 의견을 대표하여 전달하고 모터쇼를 개최하는 등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정책 수립, 건의, 홍보, 연구 등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한국 자동차산업협회(KAMA)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본부인 베를린의 협회 사무실에서 경총 탐방팀을 맞이한 사람은 유럽 담당 브뤼셀 파트장인 Ralf Diemer 사무국장이었다. Ralf Diemer 사무국장은 경총 상근부회장인 김용근 부회장이 한국 자동차산업협회 전임 회장이었던 것을 알고 있다면서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경총 탐방단의 이준희 경총 노동경제연구원 수석위원과 독일 자동차산업협회 Ralf Diemer 사무국장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Ralf Diemer 사무국장과의 만남은 미리 준비한 내용에 대해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경총 탐방단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주제는 독일 자동차산업 노사관계의 전통과 특징, 노사관계 안정의 비결, 하르츠 개혁 입법이 자동차 산업에 미친 영향과 일자리 창출 문제 등이었다. 아래에서는 Ralf Diemer 사무국장과 경총 탐방단의 인터뷰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다.

독일의 노사관계는 상당히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독일 자동차 산업 노사관계의 특징이 있다면 설명해주시기 바란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아도 독일식 노사관계 모델과 유사한 시스템은 오스트리아나 네덜란드 등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에는 독일식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의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협약자율(Tarifautonomie)의 전통이다.

독일은 국가의 개입 없이 단체협약을 통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노사관계를 이끌어 나간다.

협약자율이 특징이기는 하지만 폭스바겐 등의 사례를 보면 정부가 개입해서 노사정이 함께 문제를 풀어간 사례가 보이는데?

폭스바겐의 경우에는 니더작센 주 정부가 20% 주주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 20+1이라는 주법에 의해서 20%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정부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 주 정부의 개입이 없이는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노사관계는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국가 지원을 많이 받는 에너지 사업에서도 국가의 개입이 있으나 노사관계에 대한 개입은 거의 없다.

독일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의 비결은?

독일 자동차 산업의 특징은 수출 중시, 고객 맞춤형 제품 제공, 글로벌 공급망 확보 등이다. 한국 현대자동차의 성공사례와 비슷하다. 첫 번째, 수출지향과 기술혁신은 미국 자동차 산업과도 구별되는 부분이다.

미국은 내수 시장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수출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편이다. 두 번째, 독일 자동차 산업은 고객 맞춤 생산과 공급 중시한다.

미국은 SUV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유럽과 한국은 소형차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판단되면 그 시장에 맞게 자동차를 생산하여 공급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글로버 서플라이체인 확보다. 세계에서 가장 큰 5개 자동차 공급회사 중에서 3개가 독일 기업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공급 기업과 제조 기업 사이의 협조가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독일은 하르츠 개혁으로 유명하고, 우리나라에도 소개가 많이 됐다. 하르츠 개혁을 통해 입법되었던 파견근로자 사용기간 확대 등의 조치들이 2016년 이후 다시 축소되었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후퇴 조치들이 자동차산업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하르츠개혁의 후퇴에 대해 자동차산업협회의 입장은 무엇이며,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서는 어떻게 예상하고 있는지?

독일 자동차산업만 놓고 보면 현재는 파견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다. 독일 중소기업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기능인력인 전문직을 다수 채용하고 있다. 하르츠 개혁 입법 이후 이슈가 되고 있는 미니잡이나 미디잡은 자동차 산업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 자동차산업에서는 파견근로자를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파견근로자는 임금이 낮고 해고가 쉽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노동시장 유연성 보장을 위해서는 파견근로자 제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파견근로자 축소나 채용 제한 강화에는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독일 자동차산업은 최고의 호황기이며, 근로자가 부족해서 인력난을 겪고 있다. 따라서 숙련된 기술을 보유한 전문직 근로자들을 채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파견근로자보다 정규직 근로자 채용에 대한 수요가 더 높다.

연방정부는 파견제도가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것을 막는 법안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단체협약 적용률도 높고 많고 근로자 90% 이상이 정규직 조합원이기 때문에 자동차산업협회 입장에서는 파견근로자에 대한 사용 제한을 확대하는 현재의 상황도 나쁘다고 보지만은 않는다. 2018년 이후 자동차 산업이 독일 경제 상황 개선에 큰 기여를 하고 있고, 자연스럽게 임금도 올라가고 있다.

독일은 자동차 산업의 최강자이지만, 세계적인 경쟁이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 향상을 게을리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노동조합의 협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노동조합도 생산성 향상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현재 모든 자동차 생산 기업들이 전세계적인 품질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메이커 내에서도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유럽만 해도 17개 국가에서 독일산 자동차가 생산되고 있다.

독일 내부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에 필요한 노동비용이 지나치게 상승한다면 생산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해외로 생산라인을 옮기는 것을 원하는 근로자는 없다. 독일의 경우에는 지난 30년간 해외 글로벌 시장의 생산라인을 4배로 늘렸지만 국내 근로자 수도 함께 늘어나고 있어서 노동조합의 불만이 크지는 않다.

근로자들도 생산비용 증가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노동조합도 해외 시장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 내의 공장의 생산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독일의 기업별 근로자 대변 조직인 종업원평의회는 자기 사업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근로자들을 독려하고 생산성 향상 방안에 대해 회사와 함께 고민을 하는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예를 보면, 폭스바겐 독일 공장 종업원평의회는 니더작센 주에 있는 자신들의 공장뿐 아니라 유럽 전체 63만 명의 근로자를 대표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세계 각지 폭스바겐 공장의 근로자들 전체를 위해 활동한다는 대표의식을 가지고 작업장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산업 사용자들도 종업원평의회 문화의 장점을 알기 때문에 이를 반대하지 않는다.

정부 정책에 대한 개별 회원사 간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를 때에 의견 수렴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각 그룹의 회원사들을 대변할 수 있는 워킹그룹을 운영한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는 현재 630개 회원사를 가지고 있다. 이슈에 따라서는 회원사 사이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협회는 이를 조율할 수 있는 전문가 중심 워킹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워킹그룹은 각 분야에 관심 있는 기업들이 참여하는데, 26인으로 구성된 이사회(중소기업 대표와 대기업 CEO)가 결의해서 결정하는 구조이다. 각 이사별로 전담 실무회의가 운영되고 있다. 워킹그룹별로 전문가들이 문제를 검토해서 대안을 제시한다.

또한 자동차 산업협회에는 대기업, 중소기업, 상용차메이커 등이 나뉘어서 세 분야에 각각 상근부회장이 있다. 협회 내의 모든 의사결정은 다수결이 원칙이지만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관행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자동차산업협회는 회원사의 회비를 받지만, 협회 운영비용은 자동차 전시회, 모터쇼 개최 수익으로 대부분 충당되고, 협회 운영비용 중 회비로 충당되는 비율은 20% 정도밖에 안 된다. 따라서 협회는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입장을 확립하고 이를 관철시킬 수 있는 독립성이 있다.

디지털 전환은 일자리 축소를 가져온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으며, 자동차 산업에서도 일자리 감축이 불가피할 것 같은데 인원 부족이 장기적인 현상일 수 있는지?

디지털화에 대비하여 기업별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자동차 산업의 연간 성장률이 2% 정도 되고 근로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화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영향은 제조와 제품, 서플라이 체인 등에 있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율주행자동차와 카쉐어링, 스마트 파킹 등을 위해 일반 제조업체들도 서비스업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면서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VDA에도 이런 변화가 있다.

현재 협회의 30개 회원사가 스타트업 기업이다. 산업 전반적으로 데이터 분석 인력이 늘어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인재 유치를 위해 글로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또, 평생교육 재교육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재교육 재정은 기업이 많이 부담하고 정부 지원도 있다. 그러나 기존 근로자의 재교육은 어려운 점이 많아서, 새로운 직종에 젊은 기능인력을 새롭게 채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