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원 식 건국대학교 경제학 교수

삼성그룹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관련 주주권 행사가 사실상 정치적 이슈로 진행되어 사회적 파장이 아직 생생한 가운데,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한 대한항공 주주권 행사로 회장이 이사에서 퇴진하는 일이 생겼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실질적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의 직할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에 정부가 사실상 개입한 것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스튜어드십코드의 도입은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행사되어온 주주권을 ‘합리적’으로 행사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하지만 주주권 행사를 진행한 절차를 보면 사실상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성을 위한 ‘합리화’ 수단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국민연금 주주권의 행사는 법에 따른 조치로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합리적인지에 대한 검증이 거의 없었다. 일부 제기된 문제 외에 주주권을 거의 관철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기금의 주식매입은 성격상 정부의 의도와 관계없이 민간기업의 공기업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민간기업의 대주주로서 정부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문제는 없다. 그러나 국민연금기금의 목적이 수익률 극대화이고 주주권 행사에 따른 수익률 하락에 대한 책임을 질 의지가 없다면 주주권은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

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는 환경개선비용을 유발하거나 기존의 재료를 친환경재료로 변화시킬 수밖에 없어서 이에 따른 생산비용의 증가를 낳는다. 그리고 이는 소비자 가격의 상승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미 실행에 옮겨지고 있는 정부의 원전폐지방침으로 인하여 이에 따를 수밖에 없는 한국전력의 수익이 적자로 전환되고 주가는 하락추세에 있다. 전기료도 강한 인상 압박으로 인상이 불가피하여 국민들이 피해자가 된다.

사회적 요구는 근로자들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사실상 기업에게는 고용비용을 높임으로써 수익을 감소시킬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용이나 해고에 대하여 사실상 간섭이 되어 기업의 생산성까지 떨어뜨릴 것이다. 이는 소비자가격의 인상 요인이 된다.

기술개발 등으로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해도 근로자들에게 임금 인상으로 이전되는 결과가 빚어진다. 근로자의 의사를 대변하기 위하여 이사회에 참여하는 노동이사는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결정을 하지, 가격 인하를 통한 매출 증가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성장의 수단으로서 배당확대 요구는 기업의 투자자금을 소비로 전환시키는 것이 되어 기업의 성장성을 낮춤으로써 주가에도 부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지배구조의 개선 요구는 급변하는 글로벌경제 환경 속에서 매우 유연한 대처가 필요한 부분인데 사실상 오너의 역할을 축소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떤 기업이든 기업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성장해 온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기업의 환경에 맞는 지배구조를 자의든 타의든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최적의 지배구조는 기업의 실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잘못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들은 이미 도산했거나 좀비상태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성장해온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기업은 오히려 큰 위기에 당면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문제시 하고 있는 오너 경영의 지배구조는 오히려 다른 나라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에서는 건실한 가족기업들이 더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서 성과가 더 좋다는 사례도 많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대기업들은 사실상 50% 이상의 외국투자자들이 이미 투자를 하고 있다. 주인 없는 기업이 되면 외국인투자자들은 리더십 없는 경영으로 가치를 평가 절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ESG에 대한 스튜어드십코드를 적용할 경우 과연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지 의문이고, 경쟁 대상이 되는 기업들이 스튜어드십코드의 적용을 받지 않는 이상 국내 기업들은 역차별을 받게 된다.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는 국민연금기금의 경영권 침해가 현실화 되는 것이어서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국민연금기금은 자신들의 후원자라고 인지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ESG에 협력하지 않으면 사실상 경영권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국내의 핵심 기업들은 항상 외국 투자가들의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의 수단이 된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헷지펀드들의 후원자가 될 수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 백기사가 될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이는 자칫 정부의 민간지원이 되어 국가간소송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기업들의 선택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하여 투자해야 할 기업의 현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인데 이는 사실상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되어 증권시장의 역할을 위축시키는 것이 된다. 또한, 기업 자금이 경영권에 동결됨으로써 투자 여력까지 감소하게 된다.

앞으로 국민연금기금이 쌓이는 한 정부는 주식매입을 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기금이 현재의 670조원에서 2041년까지 1,780조원까지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주식시장의 부침에 따라 정부는 국민연금에 주식매수를 은밀히 요구할 것이고 이에 따라 주식을 매도하려는 세력은 기대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 주가가 상승한다고 해도 국민연금이 주식을 매각하면 주가가 하락해서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되어 주식을 마음대로 매각하지 못한다. 특히, 국민연금기금은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이탈할 때 물건을 사주는 창구라고 보면 된다.

현재와 같은 국민연금지배구조가 유지되는 한 상대적으로 국민연금기금의 주식보유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주식시장의 국민연금기금 의존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기금운용체제가 유지되는 한 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고 기업의 사회적 가치보다는 기금의 수익률을 제고하는 주주권 행사로만 제한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기금에 대한 스튜어드십코드의 적용은 지양해야 한다. 단,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따라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는 투자를 위한 기금을 별도로 조성하여 분리 운용하는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