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술발전과 함께 긱 이코노미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다. 긱 이코노미는 서비스 공급자가 휴대폰 앱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고객 요청에 따라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새로운 경제 활동 방식을 일컫는다. 그러나 아직까지 긱 이코노미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합의된 사전적 정의가 마련되지 않아 긱 이코노미 종사자 정의, 이들의 근로자성 논란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긱 이코노미 종사자의 근로자 지위 판단에 관한 주요국 판례들을 통해 근로자 지위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과 긱 이코노미 사업 모델 도입시 기업들이 유의해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

긱 이코노미 종사자에 대한 통제 여부

사건 개요

뉴욕 소재 배달업체 포스트메이츠(Postmates)는 고객들이 앱을 통해 식음료를 포함한 각종 물품 배달을 요청하면 배달원들이 해당 물품을 픽업하여 고객에게 전달하는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이다.

2016년 포스트메이츠가 저조한 배달평점을 받은 배달원과 계약관계를 종료하자 해당 배달원은 2016년 9월 뉴욕 실업기금위원회(Unemployment Insurance Board)에 자신은 독립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s)가 아닌 포스트메이츠의 근로자였으며, 포스트메이츠가 자신을 부당하게 해고했기 때문에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인정받아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뉴욕 실업기금위원회는 같은해 10월 포스트메이츠 소속 배달원들이 근로자로 분류되어야 하며, 따라서 포스트메이츠가 이들의 고용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실업기금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한 포스트메이츠는 뉴욕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였다. 2018년 7월 뉴욕 법원은 “사용자와 근로자 관계를 정의하는데 필요한 감독, 지시 및 통제 요소”가 부족하다며 실업기금위원회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결, 배달원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 주요내용

뉴욕 법원은 포스트메이츠 배달원의 근로자 지위 불인정 판결 근거로 ▲배달원들이 상급자에게 보고할 의무가 없었고, ▲앱 접속과 배달업무 수행에 대한 결정권은 배달원들에게 있었으며, ▲소정 근로시간, 최소·최대 배달 건수 등 업체 측이 배달원들에게 제시한 요구사항이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배달원들이 배달 수단, 배달 경로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고 포스트메이츠 외에도 경쟁업체에 등록해 추가 배달업무를 할 수 있었으며, 업체 유니폼 착용 의무도 없었기 때문에 포스트메이츠 소속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비록 포스트메이츠가 서비스 수수료 등을 책정하고 실시간으로 고객 불만처리 업무를 담당했다고 하더라도 배달원들과 포스트메이츠간 고용관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시사점

해당 판례를 통해 긱 이코노미 종사자에 대한 사용자의 통제 여부가 근로자 지위 판단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포스트메이츠 판결이 뉴욕주 이외의 지역에서 동일하게 적용될 수는 없으나, 향후 기업들이 포스트메이츠와 유사한 사업을 진행할 때 긱 이코노미 종사자들에 대한 관리체제 설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실체 테스트(Economic Reality Test)를 이용한 판단

사건 개요

미국 노동부는 2016년 9월 콜로라도州의 도시 오클라호마 소재 용역업체 Jani-King of Oklahoma(이하 Jani-King)이 자사 근로자들을 독립계약자로 분류함으로써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을 위반했다며 해당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Jani-King은 개인 또는 소규모 업체들과 용역 가맹계약을 체결한 뒤 고객들에게 건물관리, 청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이다. 노동부의 주장에 따르면 Jani-King은 개맹점주들에게 법인을 설립할 것을 요구했으며, 법인 설립이 이루어진 후에 이들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했다.

노동부는 “Jani-King의 요구에 따라 법인을 설립한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경제적 실체 테스트(Economic Realities Test)를 진행한 결과, 이들은 Jani-King이 정한 방식으로 청소·건물관리 작업을 수행해 왔기 때문에 공정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노동부가 사용한 경제적 실체 테스트 세부내용은 다음과 같다.

[경제적 실체 테스트 기준]

ⅰ) 근로자의 작업이 사용자의 사업에서 차지하는 정도
ⅱ) 사용자의 사업에 대한 근로자의 투자 정도
iii)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통제 정도
ⅳ) 근로자의 이익과 손실에 대한 사용자의 영향력
ⅴ) 근로관계의 영속성
ⅵ) 근로자에게 요구되는 판단이나 통찰력의 정도

판결 주요내용

2017년 6월 오클라호마 지방법원은 Jani-King은 법인과 가맹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법인은 근로자가 될 수 없다며 노동부 제소를 기각하였다. 또한 노동부가 가맹사업이라는 Jani-King의 사업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였다.

이후 노동부는 오클라호마 지방법원 결정에 불복해 콜로라도州 항소법원에 상고하였다. 2018년 10월 콜로라도州 항소법원은 “법인 설립 여부만으로 근로자 지위를 결정할 수는 없다”며 사건을 하급법원으로 환송했다. 또한 항소법원은 “법원들은 계약서상의 용어가 아니라 경제적 실체 테스트의 6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서비스 제공자들이 근로자인지 독립계약자인지를 판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인 설립과 관계없이 Jani-King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의존도를 중심으로 근로자 지위를 판단, 인정한 것이다.

시사점

Jani-King 사례는 향후 근로자 지위 판단에 있어 용역 계약서·사업 형태의 특수성 외에도 경제적 실체 테스트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경제적 실체 테스트 결과에 따라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면 서비스 제공자가 제3의 법인 소속이라 하더라도 법률상 근로자로 인정되며, 프랜차이즈 업체는 공정근로기준법상 사용자 의무가 발생한다.

청소·건물관리 서비스업체들은 독립적인 법인을 통해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Jani-King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계약을 체결한 제3자 법인 종사자의 근로자성을 사전에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국

긱 이코노미 종사자의 업무수행 의무

사건 개요

2017년 11월 영국독립노동자연합(IWGB)은 영국중앙중재위원회에 식음료 배달업체 딜리버루(Deliveroo) 배달원들의 단체교섭권 인정 신청서를 제출하였으나 반려되었다.

중앙중재위원회는 영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노조법) 제296조(근로자 정의 및 관련 표현)에 따라 딜리버루 배달원은 근로자로 볼 수 없으므로, IWGB가 딜리버루 배달원들을 대표해 단체교섭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 노조법 제296조는 근로자를 고용계약에 의해 근로하거나, 기타 노무공급 계약에 의해 계약 상대방에게 개인적으로 근로 또는 서비스를 제공·수행할 것을 약정한 개인을 근로자로 정의하고 있는데, 딜리버루 배달원들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판결 주요내용

중앙중재위원회는 딜리버루가 언제든지 대체인력을 사용하여 배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배달원에게는 근로 제공이나 업무수행 의무가 없다고 보았다. 또한, 딜리버루 배달원들이 배달요청을 선택적으로 수락할 수 있다는 점도 근로자 지위 불인정 근거가 되었다.

2018년 2월 IWGB는 중앙중재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영국 고등법원에 딜리버루 배달원 근로자 지위 및 단체교섭권 인정에 대한 심사를 청구하였다. 그러나 2018년 12월 영국 고등법원 역시 딜리버루 배달원은 업무수행의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이들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영국 고등법원은 소정 근로시간이 없는 딜리버루 배달원의 특성상 근로시간, 임금, 휴일 등을 정하는 단체교섭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하였다.

시사점

영국 고등법원은 긱 이코노미 업체들의 사업모델이 다양하기 때문에 업무수행 의무 여부가 근로자성 판단의 절대적 기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업무수행의 의무 여부는 긱 이코노미 종사자들의 근로자 지위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기업들은 사전에 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의 통제·지시 여부

사건 개요

우버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량을 호출하는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가장 가까운 운전자를 찾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긱 이코노미 업체이다. 2016년 영국 우버 운전자들은 ▲최저임금 위반 ▲휴일근로수당 미지급 ▲내부고발자 처벌 등을 이유로 영국 고용재판소(Employment Tribunal)에 우버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였다.

하지만 우버는 운전자들이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하였다. 우버 약관에 따르면 우버는 운송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지 않고 제3자(운전자)의 중개인 역할을 했으며, 이를 통해 자영업자(우버 운전자)들에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판결 주요내용

우버의 주장에도 불구, 2016년 10월 영국 고용재판소는 운전자들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했다. 우버가 고객 평점이 낮거나 일정 건수 이상 배차요청에 응하지 않은 운전자의 앱 접근 권한을 비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운전자에 대한 통제를 가했다는 이유에서이다.

우버는 고용재판소의 판단에 불복하여 고용항소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 이에 2018년 12월 항소법원은 운전자들이 우버가 제시한 특정 지역에서 우버 앱에 로그인하여 차량 호출예약을 받기 위해 일정 시간동안 대기해야 했다는 점을 들어 우버 운전자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했다.

또한 고용항소법원은 운전자들이 차량 호출에 응했을 때 승객들과 직접 계약관계를 체결한 것이 아니고, 운전자 개인사업이 아닌 우버의 운송 서비스 제공 사업을 위해 근로한 것이라는 고용재판소의 결정을 다시금 강조했다. 영국 고용재판소와 고용항소법원은 우버가 운전자들에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한다기보다는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라고 판단한 것이다.

우버는 고용항소법원의 결정에도 불복하여 영국 항소법원에 항소했으나 영국 항소법원 역시 우버 운전자들이 근로자라는 고용재판소의 결정을 유지했다. 영국 항소법원은 “운전자들은 우버 앱을 켠 순간 우버의 근로자”라며 약관에는 우버가 중개인의 역할만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약관이 우버와 운전자간의 실질적 관계를 반영하고 있지 않으므로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법원은 우버가 운전자들에게 일정 건수 이상의 배차요청을 수락할 것을 요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운전자들의 앱 접근권한을 비활성화 했으며, 고객 평점 시스템을 성과평가 혹은 징계에 사용했다는 점을 들어 우버가 실질적으로 운전자들을 통제·지시했다고 보았다.

실제로 우버는 운전자들에게 배차요청을 10초 이내에 수락할 것을 요구했으며, 연속하여 3건의 배차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운전자들을 강제로 우버 앱에서 로그아웃 시키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또한 영국 항소법원은 양측의 교섭력이 동등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버의 약관이 이들 관계에서 표준으로 사용됐다고 지적하며 법이 정한 근로자 보호를 약관을 이유로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영국 항소법원은 우버에 대법원 상고를 허가하였으며, 해당 사안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시사점

기존 판결들과 마찬가지로 금번 판결 역시 개별 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기 때문에 여타 기업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버가 운전자들에게 가한 통제·지시의 정도가 근로자성 인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는 점에서, 기업들은 약관상 직접 고용이 아님을 명시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통제와 지시가 이뤄진다면 사용자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호주

긱 이코노미 종사자의 평가제도

사건 개요

2018년 3월 호주의 배달업체 푸도라(Foodora)의 배달원이 본인은 푸도라 소속 근로자로,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배달원은 푸도라와 “독립 계약자 계약(independent contractor agreement)”을 체결하고 식당의 식음료 및 기타 물품들을 가정, 사무실 등에 배달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고객들의 배달 요청은 푸도라 앱을 통해 배달원들에게 전송되었으며, 배달원이 이를 수락하면 앱은 배달원 위치에 따라 배달 시작점과 도착점, 소요 시간과 같은 정보를 제공한다.

배달원 주장에 따르면 2017년 10월부터 푸도라는 핵심 성과지표(KPI)를 도입해 격주로 배달원 평가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배달원 순위를 매겼다. 성과지표 기준에는 총 근로시간, 시간당 배달 건수, 금요일·토요일·일요일 저녁 배달 건수 등이 포함되었으며, 순위에 따라 수락할 수 있는 배달업무 건수를 차등화했다.

이 외에도 소를 제기한 배달원은 2016년 3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주당 100호주달러의 추가수당을 받고 다른 배달원 관리업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위원회 결정 주요내용

2018년 6월 호주정부 산하 공정근로 옴부즈만은 해당 배달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푸도라가 배달원을 독립근로자로 분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같은 해 11월 호주 공정근로위원회(FWC)도 푸도라가 배달원들에게 행사한 통제·지시의 강도를 파악하기 위해 배달원 순위평가의 실질적 효과와 KPI 이행 정도를 검토한 결과 푸도라 배달원들이 근로자로 인정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푸도라측은 배달원들에게 업무수행을 지시하지 않았으며, 배달원들이 계약 체결 이후에도 고객들의 배송 요청을 거부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공정근로위원회는 배달원들이 평가순위 유지를 위해 일정 건수 이상의 배달업무 외에도 금요일·토요일·일요일 저녁에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위원회는 “배달원은 근로시간과 장소를 결정할 수 없었다”며 푸도라가 KPI 도입을 통해 배달원들의 순위를 평가한 것은 일반적인 고용관계에서의 근로자 통제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공정근로위원회는 배달원들이 푸도라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과 배달용품을 사용해야 했으며, 회사 홈페이지에 “푸도라가 신중하게 선정한 배달원들이 음식을 픽업하러 간다”는 표현 등을 사용해온 점을 들어 배달원들을 푸도라 소속 근로자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배달원들이 고객이나 식당과 직접적 금전거래를 하지 않았고 푸도라측으로부터 보수를 지급받았다는 점도 근로자 지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시사점

푸도라 사례를 통해 사용자와 근로자간 관계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판단함에 있어 업무평가 방식, 홈페이지 등에서 사용되었던 문구 등이 반영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업들은 배달원 순위평가가 업무방식, 업무량 지시 등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는 배달원들의 근로시간과 장소를 제한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또한 계약서상 ‘독립계약자’라는 용어를 사용했더라도 법원은 실질적인 관계에 주목한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