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의료비 지출규모의 증가

최근 우리나라는 고령화에 따른 의료이용 증가, 급격한 보장성 확대, 의료서비스 가격의 지속 상승 등으로 건강보험 지출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

고령화에 따른 의료이용 증가

우리나라 건강보험 적용국민 1인당 연간 의료기관 방문횟수는 1990년 7.91일에서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2000년 11.63일, 고령사회 진입 2년째를 맞은 2018년 20.61일로 지속 상승하고 있다. 외래방문 기준 의료이용 횟수를 나타내는 OECD 통계(2017년)에서도 우리나라는 16.6회로 가장 많다. OECD 평균인 7.1회보다 2.34배 높은 수준이다.

보장성 확대 추진

여기에 현 정부는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 저소득층 본인부담 완화 등을 목표로 소위 ‘문재인케어(2017~2022)’라고 하는 강력한 보장성 강화대책을 추진함으로써 의료이용량과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가 더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추진 중인 보장성 강화대책은 역대 정부마다 추진했던 보장성 강화대책의 4~10배 수준인 30.6조원의 건강보험 추가지출을 예정하고 있다.

의료서비스 가격 상승

병원과 약국 등 요양기관에 지불하는 요양급여비용(이하 ‘수가’)이 지속 증가하는 것도 건보재정의 부담이다. 특히 수가 결정요소 중 하나인 환산지수(수가는「진료행위별 상대가치점수×환산지수(점수당 단가)×요양기관 종별 가산율」로 결정, 이 중 환산지수는 매년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심의한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공단이 종별 요양기관 단체와 협상을 통해 확정)는 매년 건강보험공단과 종별 요양기관 단체 간 협상으로 결정되는 구조여서 타 서비스업종과 달리 가격상승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다. 2020년 환산지수도 이미 2.29% 인상키로 합의된 상태이다.

건강보험 총진료비 증가

이렇듯 고령화에 따른 의료이용 증가, 급격한 보장성 강화대책, 의료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건강보험 총진료비는 꾸준히 증가해 2018년 현재 77.7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 중 65세 이상 노령인구의 진료비는 31.7조원으로 총진료비의 40.8% 차지한다. 최근 5년간(2014~2018)만 보더라도 건강보험 총진료비가 연평균 8.8%씩 증가하는 동안 65세 이상 노령인구 진료비는 11.9%씩 증가하였다.

건강보험 적자 전환 및 보험료율 지속 상승

역대 어느 정부보다 높은 수준의 보장성 강화대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정부의 국고지원율은 오히려 줄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만 가중되는 상황

건강보험의 조기 적자 전환

의료비 지출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건강보험 수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데에는 정책적 요인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특히 복지부는 보장성 강화대책 발표(2017.8) 당시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20조원 중 10조원 이상은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재정추계를 전망한 반면, 국회예산정책처(2017.11)는 2019년부터 건강보험 당기수지가 적자로 전환하기 시작해 2026년 누적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보장성 강화대책이 일정 부분 누적적립금 소진을 예정하고 있기는 하나, 실제로는 국회예산정책처가 전망한 것보다 한 해 빠른 2018년부터 건강보험 당기수지가 1,778억원 적자(현금수지 기준)로 전환됨으로써 ‘예상보다 빠른 누적적립금 소진’에 대한 불안감이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낮은 국고지원율, 높은 보험료 인상률

역대 어느 정부보다 높은 수준의 보장성 강화대책을 추진하면서도, 건보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율이 과거 정부보다 오히려 더 낮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실제로 과거 정부의 국고지원율은 15~16%대인데 반해 현 정부의 국고지원율은 연평균 13% 초반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에 반해 문재인케어 이전 5년간(2013~2017) 연평균 1.08%였던 보험료율 인상률은 문재인케어 이후 2년간(2018~2019) 연평균 2.74%로 급등해 국고지원률 감소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가입자 부담여력 한계


어려운 경제여건 하에서 최저임금發 임금상승과 그에 따른 보험료 연쇄상승, 정책 요인에 따른 보험료율 인상까지 겹치며 가입자 부담여력은 한계 직면

전반적 경제상황 부진

투자, 수출, 생산이 감소 또는 둔화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과 ‘유연성 없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시장 충격으로 전반적 어려움에 놓여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에 이어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 악재까지 겹치면서 우리 경제의 미래 회복 전망은 더욱 어둡다.

정부도 최근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인정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7.3)에서 당초 2.6~2.7%였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2.5%로 하향 조정하였다. 민간의 전망치는 더 암울하다. 세계적 신용평가사와 투자은행들의 전망치를 보면, S&P 2.0%, 무디스 2.1%, 피치 2.0%, JP모건 2.2%, 골드만삭스 2.1%, 모건스탠리 1.8%, 노무라 1.8%, ING그룹 1.5%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 사회보험료 부담을 늘린다는 것은 기업과 국민의 부담여력으로는 감내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미 문재인케어 이후 2년간(2018~2019) 보험료율이 5.56% 인상되는 동안 직장가입자가 실제 납부한 보험료는 임금상승에 따른 보험료 자연증가분을 포함해 11.0% 인상되었다.

가계 부담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국내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3,748,400원으로 전년동기 3,767,400원 대비 0.5% 감소했다. 이 같은 가처분소득 감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계속되던 2009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가계의 실질 경제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일반 국민들도 보험료율 인상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보건사회연구원 설문조사(’18.7) 결과에서도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찬성하나 보험료 추가부담은 반대한다’는 응답이 57.1%에 달한 반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시 건강보험료 추가부담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26.1%에 머물렀다.

2020년 건강보험료율 결정에 대한 경영계 입장

2020년 건강보험료율은 동결하여 기업과 가계 부담을 완화하는 대신, 국고지원 확대와 의료비 지출 절감 대책으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확보 필요

보험료율 인상 관련 정부 계획의 문제점

보장성 강화대책에서 밝힌 재정전망대로라면, 2020년 보험료율은 올해보다 3.49% 인상되어야 한다. 이는 보장성 강화대책(2017~2022)이 매년 보험료율을 평균 3.2% 인상하는 것을 전제했기 때문인데, 2018년 보험료율 인상률이 2% 내외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에 남은 정책 기간 중 인상률을 더 높여야 연평균 3.2% 내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3.2%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전제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문재인케어 이전 10년간(2007~2016) 보험료율 인상률 평균치를 그대로 적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시대와 정부에 따라 국민경제적 상황과 건강보험의 정책적 여건이 매우 상이함에도 과거 장기간의 평균치를 그대로 미래 5년간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실제로 정부가 기준으로 삼은 과거 10년간의 보험료율 변화를 보면, 전기 5년(2007~2011)은 연평균 4.74%, 후기 5년(2012~2016)은 연평균 1.65%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당해 기간 중 전기 5년은 보험료 자체가 상대적으로 낮아 다소 높게 인상률을 결정해도 우리 경제의 부담여력이 있었던 반면, 후기 5년은 보험료가 이미 상당 수준에 이르러 보험료율 인상률 역시 완화 추세로 조정되는 시기였다.

2020년 건강보험료율 ‘동결’, 국고지원 확대 필요

2020년 건강보험료율은 기업과 국민의 부담여력, 어려운 경제 전망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2018년 기업경영분석 속보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산업 매출액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2.4% 감소하였고, 영업이익률은 전년동기 대비 2.2%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은행의 2019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충당 못한’ 기업 비중이 32.1%에 달한다. 임금상승과 함께 정부가 추진 중인 보험료 부과기반 확대만으로도 실제 가입자가 납부해야 할 보험료는 증가하는 만큼 정부는 2020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 수준인 6.46%에서 동결해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완화해 주는 대신, 국고지원 확대로 정책 추진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의료비 지출 절감 대책 추진

국고지원 확대 못지않게 건보재정 안정에 중요한 것이 공단의 재정지출관리 강화이다. 최근 10년간 사무장병원, 면허대여약국 등 불법개설 의료기관 1,531개소에서 환수가 결정된 부정수급액 2조 5,490억원 중 징수액은 1,712억원(6.7%)에 불과하다.

2013년부터 2018년 9월까지 5년 9개월 간 외국인이 건강보험증 대여나 도용을 통해 부정수급을 받은 경우는 22.8억원(2,054명), 건강보험 자격상실 후 부정수급을 받은 경우는 257억원(32만명)에 달한다. 부정수급액과 보험료 체납 등 건강보험 재정누수에 대해 재정관리를 강화하고, 불법행위 처벌 확대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과다 의료이용을 억제하는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과다 의료이용은 건강보험 지출규모를 증가시켜 보험료율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과다 의료이용자에 대해서는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본인부담률을 대폭 강화하는 기전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의료전달체계 재정립도 필요하다. 병원 간 수가구조 차별화를 통해 의원은 경증질환 중심, 대형병원은 중증질환과 입원진료 중심으로 기능을 재정립함으로써 ‘대형병원 쏠림현상’에 따른 비효율적 의료자원 활용과 의료비 증가에 따른 국민부담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