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매번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해내지는 못했으나 1977년 Moncloa Pacts 이후 오랜 사회적 대화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은 이후 스페인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대화와 타협이 시도됐고 그러한 노력은 1990년대 들어 자리를 잡게 된다.

이와 같은 사회적 대화의 중요한 한 축이 되는 조직이 스페인의 대표적인 종합 경영자 단체인 스페인 기업연합(CEOE)이다. 스페인 기업연합은 1977년 설립되어 200만개 이상의 기업과 4,000개 이상의 협회와 단체들을 포괄하는 스페인 최대의 경영자 단체이다.

스페인 기업연합은 1970년대 말에서부터 1980년대에 걸쳐 진행된 노사분규의 폭발적 증가와 노동조합의 정치세력화에 대응하여 조직되었다. 스페인 기업연합은 기업들의 목소리를 결집하여 노동조합에 효과적으로 대항하고 교섭했으며 기업들의 요구를 정부에 전달하는 창구로서 기능하였다.

이 과정에서 스페인 기업연합은 노・사, 노・사・정 사이의 사회적 협약을 통해 스페인 고유의 각종 노사관계와 경제 관련 제도를 구축해 나가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인터뷰 개요]

일 시 : 2018. 10. 29. 월요일. 3:00pm~4:30pm. CEOE 회의실
방문자 : 경총 이형준 실장, 김종국 팀장, 손연주 책임위원
면담자 : Alvaro Schweinfurth Enciso(국제본부 과장), Jordi García Viña(사회정책 본부장), Jose Cuevas Muñoz(국제업무 교류담당)

경총 탐방단이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스페인 기업연합(CEOE)을 방문한 것은 2018년 10월 29일 오후였다. 건물은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았다. 붉은색 대리석 벽으로 둘러쌓인 1층을 제외하고는 흰색 대리석 타일로 이루어진 빌딩이었다.

초가을임을 무색하게 하는 오후의 밝은 햇볕을 받고 있었지만 짧지 않은 세월을 품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1층에서 탐방단을 맞이한 Alvaro Schweinfurth Enciso 국제본부 과장은 미리 준비된 회의실로 탐방단을 안내했다.

회의실에서는 Jordi García Viña 사회정책 본부장과 Jose Cuevas Muñoz 국제업무 교류담당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터뷰는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인터뷰는 미리 전달한 사전 질문지의 내용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답변은 주로 Alvaro Schweinfurth Enciso 과장이 주도했다. 아래에서는 인터뷰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다.

스페인은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중요한 해결과제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산업구조와 노동시장 현실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스페인 노동시장의 특성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정권교체에 따른 잦은 노동법 개정과 적극적 정책 부재를 가장 중요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여 년간 여러 차례 정권교체가 있었으며 사회당, 국민당 등 모든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노동법 관련 규정이 전반적으로 개정되었다.

구체적으로 20년간 50회 이상 크고 작은 개정이 있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개정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관련 대책이었고, 안타깝지만 새로운 제안을 하기보다는 문제해결에만 집중했었다.

스페인 노동시장의 핵심과제는 실업문제이며,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기간제 계약 위주의 고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실업이라는 문제 안에서도 청년실업과 장기 실업이 가장 큰 문제이다. 또한 스페인에서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비중이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기간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계약기간도 매우 짧은 편이다.

기간제 계약이 많은 이유로는 첫째, 관광산업 등 산업자체가 기간제가 많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문화적인 배경이라 할 수 있는데, 근로자를 채용할 때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하지 않는 문화적인 배경이 있다.

셋째로는, 법률적인 이유에서 사실상 기업인에게 있어 기간제로 계약하도록 하는 유인이 크다. 핵심이 되는 건 해고에 있어 해고 보상 등이 기간제와 정규직과의 차이가 매우 크다. 또한 정규직의 경우 계약을 할 때부터 다양한 의무와 절차적 제약이 있다. 우리 입장에서 보았을 때 스페인 노동시장은 상당히 경직되어 있다.

스페인의 자동차 산업의 부활의 원동력이 협력적 노사관계라는 분석이 많다. 전반적인 스페인의 노사관계의 현황과 특성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대표성을 지닌 노동조합들만 단체교섭에 참여하며, 높은 단체협약 적용률이 특징이다. 지난 20여 년간 스페인에서의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은 다른 나라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과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었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1958년 제정되었던 기본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스페인에서의 단체교섭의 특징은 구체적으로 2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노동조합 중에서 국가 내에서 가장 많은 대표성을 지닌 노동조합들만이 단체교섭의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둘째, 단체교섭의 결과물이 나오게 되면 해당 산업 부문의 모든 기업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적용하게 되어 있다. 실제 스페인 내에 단체협약은 마치 규범이나 법률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약 80~85% 근로자가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으며, 현시점에 적용 중인 단체협약은 5,000~6,000건에 이른다. 또한 스페인에서는 거의 90% 이상 되는 근로자들이 초기업단위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다. 단체협약은 대부분의 근로조건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과거부터 가장 중요한 핵심은 임금관련 내용이었다.

실제로 파업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대화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도 스페인 노사관계의 중요한 특징이다. 스페인에서는 실제 파업으로 인한 분쟁은 생각보다 적은 편이다. 분쟁이 적은 것은 기업대표와 각 노동조합과의 원활한 소통과 원만한 관계 때문이며, 문제나 분쟁이 생기기 전에 대화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하지만 장차 스페인의 노동 관련 법률은 더욱 유연해져야 하고, 기업을 더 배려하는 규정으로 완화되어야 한다. 앞으로 지속적인 사회적 대화를 통해 풀어나갈 예정이다.

2012년 법개정 등 스페인에서 진행되는 노동개혁으로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기업들에는 어떤 영향은 있었는가?

노동개혁 내용이 현실에서 작용하는 실효성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2012년 이후 법적으로 임금부문에 있어서는 기업단위 협약이 초기업단위 협약보다 먼저 적용되도록 규정되었다. 그러나 기업단위에서는 현실적으로 초기업단위 협약보다 임금인상률을 높게 잡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는 기업단위 협약상 임금이 초기업단위 협약상 임금보다 낮게 체결되는 사례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법적으로 규제만 완화시켰을 뿐 실제로 현실에서 활용되지 않는 이유는 입법부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필요성이 떨어지는 내용을 추가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노동조합 측도 마찬가지고 대부분의 스페인 대기업들은 기업단위 단체협약을 만드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대기업 안에도 각 노동조합들이 대표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중소기업이다. 여기는 기업단위 노동조합들이 근로자들을 대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랜 사회적 대화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의 노동 개혁은 사회적 합의가 아닌 정부주도로 추진될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에서 사회적 대화의 역할과 경영계가 바라보는 사회적 대화에 대한 인식과 평가는 어떤가?

[Jordi García Viña]
사회적 대화는 결과물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도 노사의 대화가 긴밀히 그리고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노와 사가 자발적으로 만나는 경우도 있고, 근로자 교육, 연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회의체와 채널을 통해 만나고 있다. 경제사회위원회(CES)에서도 만나기도 한다.

2008년에 극심한 경제위가가 오고 나서 2012년까지 실질적인 사회적 대화가 중단되었고, 성공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회적 대화는 어떤 때에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또 어떤 때는 어렵게 진행되거나 실패하기도 했다. 사회적 대화는 실패와 성공, 결과물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노사뿐만 아니라 정부의 자문기관이지만 경제사회위원회(CES)를 통한 사회적 대화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CES가 의견서와 보고서를 제출해서 법률 초안을 만드는데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한 가지 차이를 둬야 하는 게 CES가 참여하면 공식적인 사회적 대화라고 간주하는 것일 뿐 CES를 통해서 사회적 협약을 논의하거나 토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별도의 기구라고 보아야 한다. CES는 소통의 채널이 될 수 없다고 보는 이유는, CES에서 워낙 다양한 사회경제 분야의 의견서나 보고서가 논의되기 때문에 그곳에서 단체협약 자체를 논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노사 합의를 위해 회원 기업과 심도 있는 협의를 하며, 노사 합의의 핵심 주제는 임금수준 결정이다. 노사 간의 합의는 수개월에 걸쳐서 수십 차례 교섭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 과정에서 우리 단체는 회원기업들에게 많은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토의를 거쳐서 결과물을 도출해 낸다. 내부적으로도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쳐서 입장을 정한다. 물론 CEOE 안에서도 찬반이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원만하고 합리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지는 편이다.

다만 합의 내용은 의무사항이 아니고 권고일 뿐이다. 여기에서 합의된 임금 수준을 바탕으로 나머지 기준들이 정해지기 때문에 역시 임금부문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경제위기 전에는 임금수준을 정하는데 있어서 인플레이션에만 집중해서 협의 했지만, 경제위기 이후에는 인플레이션 외에도 다양하고 폭넓은 사회적 상황을 고려해서 임금수준을 결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