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개입’ 인정범위 축소와 보고·공시의무 완화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었다. 금융위는 향후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를 거쳐 내년 1분기 중 시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경총은 지난 10월 16일 동 시행령 개정안의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경영계 의견을 제출하였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Ⅰ. 현행 대량보유 보고제도와 시행령 개정안 주요 내용

현행 대량보유 보고제도

현행 자본시장법령은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5% 이상 보유한 상태에서 1% 이상 지분변동이 있는 경우 지분의 보유목적과 보유상황 등을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지분 보유목적이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하 ‘경영개입’)’인 경우 누구든 5일 이내 상세보고를 해야 하는 반면, ‘단순투자’인 경우 일반투자자는 월별 약식보고, 공적연기금은 분기별 약식보고를 하면 된다. 대량보유 보고제도는 주식을 대량보유 투자자가 투자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고자 할 경우 당해 기업이 이를 즉시 파악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대비하게 하는 장치이다.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 즉 ‘경영개입’ 행위의 종류는 법률과 시행령에 명시되어 있다. 자본시장법 제147조 제1항은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시행령 제154조 제1항은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을 포함해 10개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시행령 개정안 주요 내용

금번 시행령 개정안은 현행 규정에 단서를 추가하거나, 규정 자체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상법상 주주권 행사(위법행위 유지청구권, 해임청구권, 신주발행 유지청구권), 공적연기금이 사전 공개한 원칙에 따라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정관 변경 요구, 배당 결정, 단순 의견전달 및 대외적 의사표시 등 일부 행위를 ‘경영개입’ 인정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또한 보고 및 공시의무를 지분보유 목적에 따라 현행 2단계(경영개입, 단순투자)에서 3단계(경영개입, 일반투자, 단순투자)로 조정하고, ‘경영개입’ 인정범위에서 제외되는 사항들을 ‘일반투자’ 목적으로 간주해 ‘경영개입’보다는 완화되고 ‘단순투자’보다는 강화된 보고의무를 부여한다. 또한 공적연기금에 대해서는 일반 투자자보다 상대적으로 보고기한과 방식을 보다 더 완화하고 있다. 특히 지분 보유목적이 ‘경영개입’인 경우에도 현행 ‘5일 이내 상세보고’가 아닌 ‘5일 이내 약식보고’로 개정할 계획이다.

Ⅱ.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검토 의견

정부가 금번에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에서 제외를 추진하는 주주활동 전부가 실질적으로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임.

상법상 주주권 행사, 정관 변경, 배당 결정 등 명백한 ‘경영개입’ 활동을 ‘일반투자’ 목적으로 간주하여 보고의무를 완화하는 것은 결국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대량보유 투자자의 경영개입 활동을 보다 확대·강화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상법상 위법행위를 한 임원에 관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임원의 신분변동이나 신주발행 변경 등은 엄연히 회사의 경영권과 직결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규모 투자자들의 관련 제안에 대해서는 기업이 주주총회에서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회사의 정관은 이사회 및 지배구조를 포함한 기업의 핵심 경영구조와 체제를 담고 있는 바, 공적 연기금이 이에 대한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경영개입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배당정책 변경 역시 기업의 유동성과 투자계획을 비롯해 회사의 자본구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경영개입이며, 국내 자본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는 대형 투자자의 대외적 의사표시 또한 기업경영에 실질적 압력으로 작용하는 주주활동에 해당한다.

이를 무시한 금번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대량보유 투자자는 늘어난 보고기간 동안 외부공시 없이도 투자기업에 대하여 자체 내부의 전략적 주주권 행사가 가능한 반면, 자본시장 내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기업의 경영권 방어는 상대적으로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시행령 개정안의 ‘경영개입’ 인정범위 축소는 상위법 위임한계 초과

현행 자본시장법 제147조 제1항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에 대하여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동 법에 규정된 예시 항목은 대통령령에서도 그대로 규정되어야 하며, 현재 하위법인 자본시장법 시행령도 이에 따르고 있다.

따라서 법규정에 명기된 ‘임원의 해임’, ‘정관 변경’을 단서 규정을 달아 ‘경영개입’ 인정범위에서 축소하려는 금번 시행령 개정(안)은 법 체계상 형식적·실체적으로 상위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시행령 개정안은 국민연금의 국내 자본시장 지배력 강화를 통해 ‘정부에 의한 기업 경영개입’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

동 시행령 개정(안)은 표면상으로 보고제도 완화의 수혜대상이 모든 기관투자자라고는 하나, 실질적으로는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권에 대한 영향력과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길을 열어두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주요기업 지분의 5% 이상 보유할 여력이 있는 투자자는 국민연금과 극소수 대형 기관투자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19년 10월 기준 국민연금이 국내 상장사 중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302개사,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99개사에 달한다.

기업과 근로자의 기여금으로 조성된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본질적 역할을 위해 재무적 투자자로서 자유로운 경영활동과 시장경제 원리를 최대한 존중하는 가운데 수익성 제고를 최우선시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여 관련부처, 국책연구기관, 노사 대표,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운영됨에 따라 정부와 시민단체, 정치권에 의해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가 기업 경영개입 또는 규제 메커니즘으로 작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시행령 개정(안)은 투자자의 경영개입 인정요건과 보고의무를 강화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

금번 시행령 개정안은 경영개입 인정범위를 두텁게 하고 보고의무도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고 있다. 미국(SEC Schedule 13D)과 일본(금융상품거래법 시행령 제14조의8의2)은 기업지배권 취득 목적 여부와 관계없이 임원 구성, 정관 변경, 배당정책 변경, 자산매각, 분할·합병 등에 관한 주주권 행사를 ‘경영개입’ 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보고의무에 있어서도 영국, 독일 등 유럽 선진국은 3% 지분 보유 시 2일 이내에 보고토록 하는 등 대량보유에 따른 보고·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추세에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투자자와 공적연기금의 보고의무도 달리 정하고 있지 않다.



경영권 방어수단이 취약한 국내 기업 현실에서 글로벌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을 보다 강화하는 역효과 초래

금번 시행령 개정(안)은 ‘경영개입’ 범위를 축소하고 대량보유에 따른 보고·공시 의무를 느슨하게 규정함으로써, 국민연금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계 대규모 투자자에 대해서도 우리 기업 경영권에 대한 공격 수단을 더욱 확대·보장하는 역효과를 수반한다.

글로벌 투기자본들이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지배구조 개편이나 과도하게 배당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영개입’에 따른 규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되면, 그와 같은 사례가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

Ⅲ. 종합 의견

경영계는 국민연금의 민간기업에 대한 경영개입을 보다 용이하게 하고, 이를 확대하는 금번 시행령 개정(안)에 결단코 반대한다. 국민연금을 매개로 정부나 정치권, 시민단체의 기업 경영권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되고, 상대적으로 기업 경영권 방어능력이 무력화되는 데 대해 경영계는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상법, 공정거래법, 형법 등으로도 이미 기업들에 대한 경영권 규제 부담이 큰 상황에서 국민연금과 사회정책부처인 보건복지부까지 스튜어드십 코드에 근거해 전방위적으로 경영개입 활동을 강화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기업경영 규제가 될 것이며, 기업들은 정부, 국민연금, 시민단체, 정치권 등 외부의 입김에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연금은 투자기업에 대한 경영개입이 아니라, 국민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재무적 투자자로서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여야 하며, 세계적 연기금 사례들과 같이 정부의 개입소지를 차단하면서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추진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현재 대내외적으로 기업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형 투자자들의 기업 경영개입 활동을 강화토록 하는 것은 기업하고자 하는 분위기와 경제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이 가중될 것이다.

금융위는 금번 시행령 개정(안)과 같이 ‘경영개입’ 사항을 축소하고 보고의무를 완화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경영권 영향’ 목적을 보다 폭넓게 인정하고, 경영개입 요건도 강화하도록 상세보고의무 대상 투자자 요건을 현행 5% 지분에서 3%로 하향 조정토록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