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박 화 진/글로벌기업위기관리연구소(주) 홍보이사, 위기관리학 박사]

글로벌 시대다. 국경 없는 시대를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지구촌이 한 데 어울려 살아간다. 기술, 노동, 자본, 자원 등 경제활동을 위한 여러 가지 조건들로 인해 기업은 규모와 관계없이 자국 내 활동의 탈출구로 해외진출이 당연시 되는 추세다.

기업의 해외진출은 진출 대상국에 대한 정보의 부재와 부족, 법·제도·문화에 대한 이해부족 그리고 대상국의 정치상황 등 여러 가지 위험요소를 수반하게 된다.

대기업의 경우 인적 네크워크 등 인프라가 자체적으로 구축되어 있어 그러한 위험요소에 대한 사전 진단, 중간점검 그리고 위기상황 발생시 축적된 역량으로 위기상황을 그런대로 헤쳐 나가고 있다. 그러나 중소·중견기업의 경우는 녹녹치 않은 현실이다.

위험감소와 대처를 위한 자체역량이 부족하거나 없는 실정이다. 인터넷, 현지 에이전트, 지인, 관련업계 등을 통한 불확실한 정보에 의존하거나 위기상황 발생시 막대한 금전적 해결로 기업 자체가 도산 되 는 경우도 있다.

해외진출 모든 기업들에 대해 정부나 관련 경제단체에서 위기나 위험관리를 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민간의 기업 활동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해외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는 결국 1차적으로 현지 공관의 도움의 받게 되는데 그런 한계에 직면하게 되어 근본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다.

해외공관에서 우리국민 보호활동을 하는 공직자로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부임한 지 채 몇 개월이 되지 않았을 무렵, 오지 해안마을에 수산물 공장사업을 위해 진출한 우리 국민이 있었다.

현지 주민들의 데모로 인해 정상적인 사업을 하지 못한다며 데모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경찰 및 주정부를 상대로 한 공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민원을 제기한 적이 있다. 경비행기를 번갈아 타며 8시간 날아가 주지사 및 경찰서장을 상대로 담판을 짓고 그의 사업재개를 지원해준 일이 있다. 그 후로 그로부터 신바람 나게 사업을 개시하였고 정상적으로 사업이 잘 되고 있다며 고맙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몇 달 뒤 어느 날 그 아국인 사업주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처와 딸이 가출하였습니다. 어떡하죠?” 하고 물어왔다 “그러면 빨리 현지 경찰에 먼저 신고하시고 기다려 보시지요.”라고 답변하자 그는 힘없는 목소리로 “예 알겠습니다. 그 동안 고마웠습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지난번 출장으로 사업이 번창하고 있는데 대한 답례인사로 생각하고 별 의미 없이 그의 인사말을 받아드렸다. 그런데 그로부터 일주일 후 영사과에 현지 경찰로부터 날아온 통보문에 의하면 그가 자살하였다는 것이었다.

한동안 사업이 정상적으로 되는 듯 했으나 현지인과 다시 충돌을 하였고 이로 인해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되자 독한 현지 술로 세월을 보내며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결국 마지막으로 처와 딸이 집을 나간 뒤 장기간 돌아오지 않자 자살한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자살하기 일주일 전 나를 포함한 주변 지인들에게 신변정리를 한 것 같았다.

망자가 죽기 직전 전화를 한 것은 필자가 부임하기 전 일 년 전부터 민원을 제기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다가 직접 오지마을 까지 방문하여 자신의 민원을 해결해주려고 노력해준 데 대해 내심 고마웠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죽음을 결심하고 난 후 생각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사건 이후 심한 자괴감과 무력감에 시달렸었다. 우리국민 기업 활동 보호를 위한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현지인과의 마찰해결을 위한 공관의 1차적인 조치는 했으나 그 기업 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모니터링은 공관의 인적, 물적 한계는 물론 민간기업 활동을 보장하는 국가기능의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자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라는 국가 임무의 내재적 한계가 해외 기업활동 위험과 위기관리의 한계다.

이제는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통한 관리가 필요한 시대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기업의 위기관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의 기업들이 해외진출을 위해 미국의 기업위기관리회사에 의뢰한다고 한다.

정보의 수준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님에도 거액의 비용지불을 해야 한다니 안타깝다. 국내에서도 우리 기업의 해외활동 위기를 전문적으로 자문과 컨설팅을 하는 회사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현지 파트너에 대한 신뢰성파악, 불합리한 관행과 차별에 대한 대처방법, 유무형의 현지 자산보호 대책 등 위기가 발생하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것들을 법무, 세무, 관세, 경찰, 해양, 외교 관련 학자 등 전문가들이 한데 어우러져 원 포인트로 해결할 수 있는 형태의 위기관리 회사이다.

비용절감은 물론 시너지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든 기업이든 심지어 개인사까지 위기상황에 대한 사전준비와 발생상황시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생존의 문제일 수 있다. 특히 해외에서 기업 활동의 관건은 더욱 더 위기관리의 승패에 달려있다고 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