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근로기준정책팀]

[1] 대법원2020.7.9. 선고, 2015다71917 판결
– 통상임금 신의칙 긍정 사례

1. 사건 개요

이 사건 회사(이하 ‘A사’)는 자동차를 조립·생산하는 회사로 소속 생산직 근로자만 11,000여 명에 달하고, 생산직 근로자의 경우 연장·야간·휴일 근로 등 초과근로가 상시적으로 이루어졌다.
A사는 단체협약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근속기간이 1개월 이상인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2월, 4월, 5월, 6월, 8월, 10월, 12월 말일에 노사합의로 약정한 기준 임금을 기초로 산정한 정기상여금을 지급했다.

구체적으로, 근속기간이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인 근로자에게는 지급액의 50%, 근속기간이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인 근로자에게는 지급액의 70%, 근속기간이 6개월 이상인 근로자에게는 지급액의 100%를 각 지급했다. 한편, 본인의 귀책사유로 휴직 후 복직하는 근로자에게는 복직하는 날이 상여금 지급 15일 전인 경우에는 지급액의 100%, 15일 미만인 경우에는 일할계산하여 지급했다.

환송판결(대법원 2014.5.29. 선고, 2012다116871)은 이 사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한편,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여 미지급 법정수당과 중간정산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지 심리·판단하지 않았다고 보아 원심법원에 파기 환송했다.

※ 위 판결(대법원 2014.5.29. 선고, 2012다116871)은 이외에도 지급일 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는 지급하지 않은 개인연금보험료, 휴가비, 귀성여비, 선물비 등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결에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원심(서울고등법원 2015. 10. 30. 선고 2014나28208 판결)은 이 사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미지급 법정수당의 추가 지급을 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 판결 요지

대법원은 이 사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한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는 판단에 “원심의 신의칙 법리에 관한 오해가 없다”고 상고를 기각했다.

원심판결 요지는 첫째, 정기상여금은 월 통상임금의 연 700%에 해당하고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초과근로까지 감안한다면 A사가 추가로 부담하게 될 법정수당은 임금협상 당시 노사가 협상의 자료로 삼은 법정수당의 범위를 현저히 초과한다.

둘째, A사의 당기순이익 누계액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가 –6,000여억원, 2008년부터 2014년까지가 –8,000여억원에 이른다.

셋째, 2008년부터 2014년까지 A사의 부채비율은 동종업체에 비해 상당히 높고, 유동비율은 동종업체에 미치지 못하며, 차입금 규모도 2014년 연말 기준 2조원을 초과한다.

넷째, 매년 지출하는 경상연구개발비가 평균 6,000여억원에 이르러 2014년 연말 기준 보유 현금을 이 사건 추가 법정수당 지급에 사용할 경우 부채변제나 연구개발이 중단되거나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위와 같은 사정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미지급 법정수당의 추가 지급을 구하는 것은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A사에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A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3.시사점

금번 판결은 완성차업계에서 신의칙이 인정된 첫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법원은 금번 판결과 비슷한 시기에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추가 임금을 청구할 경우 신의칙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는 판결(대법원 2020.6.25. 선고, 2015다61415, 대법원 2020.7.9. 선고, 2017다7170)을 연이어 내린 바 있다.

다만, 같은 시기에 내려진 다른 판결(대법원 2020.6.25. 심리불속행기각, 2020다223026)에서는 심각한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예상부담금액(사회보험료 포함 350억원)이 연간매출액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로 신의칙 적용을 부정해 신의칙 적용에 대한 혼선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신의칙 법리가 대법원 입장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리될 수 있도록 확고하고 안정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2]대법원2020.8.20 선고, 2019다14110 등 판결 – 통상임금 신의칙 부정 사례

1.사건 개요

이 사건 회사(이하 ‘A사’)는 자동차 제조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며, A사는 단체협약·임금규정 등에 따라 임금지급을 해왔으며, 상여금 관련 규정 및 지급 관행은 다음과 같다.

첫째, A사 단체협약에 따르면 상여금은 2개월 이상 근속한 근로자에 대해 매년 2·4·6·8·10·12월 말에 각 100%씩, 설날·추석·하기휴가 시 각 50%씩 합계 연 750%(‘약정 통상임금(=기본급+통상수당) + 30시간분의 연장근로수당(또는 특근수당)’을 기준으로 산정)를 지급한다.

둘째, 실제 근무일에 비례하여 지급되고 지급일 이전에 결근·휴직·퇴직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근무일만큼 일할계산하여 지급한다.

셋째, 연장·야간 근로 등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를 제공하는지 여부에 따라 지급 여부나 액수가 달라지는 것으로 정하지 않고, 실제 연장·야간근로 여부와 무관하게 상여금을 전액 지급한다.

넷째, 일급제 근로자에 대하여도 상여금 산정기준에 따른 상여금 전액이 근무일만큼 일할계산하여 지급한다.

한편, A사는 2016년부터 당기순이익이 줄긴 하였지만,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지속적으로 상당한 당기순이익을 남겼고, 부채비율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169.14%에서 63.70%로 낮아졌으며, 2012년 이후 50~70% 정도의 안정적인 비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또한, 2017년을 기준으로 A사 매출액 대비 추가 법정수당의 비율은 약 3.3%에 불과하며, 2018년을 기준으로 약 7조 1,589억여 원의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었다. 더욱이, A사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약 1조에서 15조 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였으며, 이는 꾸준히 늘어 2018년 기준 19조 3,513억 원에 이른다.

이뿐만 아니라, A사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근로자 모두에게 경영성과급을 지급하였다(2008년 3,291억 원, 2009년 3,794억 원, 2010년 5,783억 원, 2011년 6,583억 원, 2012년 7,467억 원, 2013년 7,871억 원, 2014년 7,703억 원, 2015년 6,578억 원, 2016년 5,609억 원). 다만, A사가 전기차, 자율주행 등 신기술 도입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할 필요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7.8.31 선고, 2011가합105381 등 판결 참조)과 원심(서울고등법원 2019.2.2. 선고, 2017나28858 등 판결 참조)은 모두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신의칙 항변을 배척하였다.

※ 1심과 달리 원심은 중식대, 가족수당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하였으며, 그 외 일비의 통상임금성 불인정, 휴게시간의 근로시간 인정, 토요일 근로의 휴일근로 인정 등의 쟁점은 1심과 원심이 동일하다.

2. 판결 요지

① 상여금의 통상임금성 관련

대법원은 앞서 살펴본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A사의 상여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된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하였고, 아래 원심의 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였다.

② 신의칙 적용 여부

대법원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게 됨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법정수당 청구액의 규모, A사의 당기순이익과 매출액 등 규모, A사가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 A사의 계속성과 수익성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청구로 인해 A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신의칙 항변을 배척하였고 원심판결을 유지하였다.

ⅰ. 1심 판결을 기준으로 할 경우,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통상임금 인상률이 50~70%에 이르고, 실질 임금인상률의 차이(=1심 판결 결과를 반영한 임금인상률 – 당시 노사가 합의한 임금인상률)가 약 4~10%에 이름(대법원 판결 시 인용금액은 지연이자를 포함 약 1조 원)

ⅱ. △2008년부터 2018년까지 꾸준히 당기순이익 기록, 부채비율이 50~70%로 안정적, △유동비율의 지속적 증가, △2018년 기준 7조 이상의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 보유, △이익잉여금의 지속적 상승 등의 제반 사정을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청구로 인해 A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려움

③ 기타 판결요지

이외에도 대법원은 근로시간 중간중간에 부여받은 10분 또는 15분의 짧은 휴게시간은 A사 자동차 생산공장의 규모, 작업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이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보아 다음 근로를 위한 대기시간 또는 준비시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단체협약의 내용과 임금 지급 관행 등을 고려했을 때 토요일 근로에 대해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등의 기타 쟁점에 대하여도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3. 시사점

금번 판결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에 따른 예외 적용을 인정하지 않아 기존의 노사 합의한 임금체계를 준수한 회사에 일방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추가적인 법정수당을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한 신의칙의 판단 근거인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한 것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법원은 통상임금의 신의칙 적용기준을 당기순이익, 매출액, 부채비율 등 주로 단기적인 재무지표를 근거로 판단하고 있으나, 이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선제적인 R&D 투자, 시장확대를 위한 마케팅, 협력업체와의 상생 등 전략적으로 경영을 추진해야 하는 기업의 경영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

한편, 지난달 대법원은 같은 완성차업계의 유사 사례(대법원 2020.7.9. 선고, 2015다71917, 대법원 2020.7.9. 선고, 2017다7170 판결 등 참조)에 대하여 신의칙 법리 적용을 인정한 바 있기는 하나, 사실상 신의칙 인정이 매우 협소하게 이뤄지고 있어 기업의 경영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는 점이 우려스럽다.

[3] 대법원 2020.4.9 선고, 2019도18524 판결 – 원청의 쟁의행위 상대방 인정 관련

1. 사건 개요

사용자인 회사(이하 ‘A사’)는 학교법인 OO대학교와(이하 ‘B대학교’)와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청소, 경비 용역 등을 제공했다.

A사에 채용되어 B대학교에서 청소, 경비 용역을 제공하는 B대학교 청소노조는 B대학교를 상대로 조합원들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피고인들을 포함하여 60~70명에 이르는 이 사건 노조는 2017.7.21. 8시간 30분 가량 B대학교 사무처가 있는 건물의 로비, 사무처 사무실 및 사무처장실의 일부를 차지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등의 점거농성행위를 했다. 이 과정에서 사무처장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사무처장실을 점거했고, 사무처장에게 합의서 서명을 요구하는 등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게 했다.

이후 B대학교는 피고인 등을 고발하였고, 공동주거침입, 업무방해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1심(서울서부지방법원 2019.6.4. 선고, 2019고단63 판결) 및 원심(서울서부지방법원 2019.11.21. 선고, 2019노778 판결)은 업무방해 및 공동주거침입죄에 대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한편,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위 점거농성행위를 유죄로 판단했다.

2. 판결 요지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원심판결 이유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피고인들의 점거농성행위를 유죄로 판단하며 상고를 기각했다.

원심판결은 △구성요건해당성에 대해 피고인들이 사무처장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사무처장실에 들어간 점, 피고인들을 포함한 수십 명의 조합원이 사무처 및 사무처장실, 해당 건물의 로비 일부를 점거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등으로 사무처장 및 사무처 직원들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 사실이 인정되며, △위법성과 관련해 피고인들의 농성행위는 B대학교 측의 재산권 등 권리 내지 이익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행하여졌다고 볼 수 없어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바, 위법성 조각 사유인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원심은 적법한 쟁의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에 대하여 하는 쟁의행위에 해당해야 함을 전제하면서, 아래와 같은 사실에 비추어 ①B대학교가 A사 소속 근로자인 피고인들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하면서도, ②노동조합법 제38조 제1항의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운바 피고인들이 행한 행위의 수단과 방법이 B대학교 측의 재산권 등 권리 내지 이익과 조화를 이루는 등 관련 법리상 여러 조건들이 구비되는 경우라면, 피고인들의 행위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볼 여지는 있을 것이라고 설시했다.

3. 시사점

금번 판결은 원청기업이 하청기업 근로자의 근로조건 결정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쟁의행위 상대방이 근로계약상 사용자(하청기업)가 아닌 원청기업이라 하더라도, 원청기업의 권리 내지 이익과 조화를 이루는 등 관련 법리상 여러 조건이 구비되는 경우라면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점을 판시했다.

금번 판결에서 설시한 것과 같이,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어야 하는바,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닌 자를 어느 수준까지 사용자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최근 근로계약 상대방이 아닌 경우에도 단체교섭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법원(대법원 2010.3.25. 선고, 2007두8881 판결 참조)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가 문제된 사안에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의 노조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한 바 있고, 다수 하급심 판결(2011.10.6. 선고, 대전지법 2011카합782 판결 등 참조)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최근 중앙노동위원회는 법적인 교섭 의무가 없음에도 원청업체가 하청업에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하청업체와 공동 노력하라는 권고(2020.6.1. 행정지도 결정)를 내리기도 하였는바, 향후 원·하청관계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을 사실상 확대할 수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