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국제협력팀]

전 세계적으로 다국적기업의 규모 및 영향력이 커지고 글로벌 공급망이 확대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제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다국적기업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책임과 의무도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UN, OECD, ILO 등의 국제기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국제 이니셔티브를 마련·홍보하고 있으며, 사회적 책임 이행을 촉진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이 국제 이니셔티브를 근거로 이슈를 제기할 경우,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기업의 신뢰도와 경쟁력이 훼손될 리스크가 있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다국적기업이 유념해야 하는 국제기구 이니셔티브의 주요내용과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UN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

2011년 6월 UN인권이사회는 “UN 기업인권 이행원칙(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 UNGP)”을 채택했다. UNGP는 ①국가의 인권보호 의무, ②기업의 인권존중 책임, ③구제에 대한 접근이라는 세 가지 원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UNGP는 기업과 인권분야를 다루는 가장 권위 있는 문서로, 기업에게 의무나 법적 책임을 부과하지는 않는다. UNGP가 강조하는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방지 및 완화를 위한 노력, 기업의 실사(due diligence : Due diligence는 주의점검, 선관의무, 실사 등 다양한 용어로 번역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규범화 및 법제화 움직임을 고려해 ‘실사’로 번역하였다.) 의무 등은 OECD가 2011년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개정시 제4장(인권)을 신설할 때 해당 UNGP의 내용을 차용한 바 있다. 또한, EU 회원국들은 UNGP 이행을 위한 국가별 행동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UN 글로벌 콤팩트

2000년 출범한 UN 글로벌 콤팩트는 기업이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등을 포함한 10대 원칙을 운영과 경영전략에 내재화시켜 지속가능성과 기업시민의식 향상에 동참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이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제시하는 자발적 기업시민 이니셔티브이다. 2020년 기준 157개국 14,000여개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1976년 OECD는 “국제투자 및 다국적기업에 관한 선언(OECD Declaration and Decisions on International Investment and Multinational Enterprises)”을 제정하였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동 선언의 부속서로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후 5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는 2011년 개정본이 적용되고 있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가입국은 2020년 기준 OECD 회원국 37개국과 12개 비회원국 등 총 49개국이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가입국에서, 또는 가입국에 본거지를 두고 사업을 운영하는 다국적기업에 대한 가입국 정부의 권고 역할을 한다. 다국적기업의 활동과 관련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다국적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책임경영(Responsible Business Conduct; RBC)에 대한 자발적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크게 두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다국적기업들이 지켜야 할 원칙들을 인권, 환경, 고용 및 노사관계 등을 포함한 11개의 항목에 걸쳐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제2장은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별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의 구성 및 이의제기 절차를 설명하고 있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가입국들은 NCP를 설립하여야 한다. NCP는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홍보활동, △관련 문의사항 처리, △가이드라인 이행과 관련한 분쟁해결 절차 제공을 통해 가이드라인의 효과를 제고한다.

NCP는 사법적 기관은 아니며, 이의가 제기된 경우 분쟁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쟁해결을 담당한다. 문제의 해결에 당사자들이 참여하도록 강제할 수 없으며, 제재를 가하거나 보상을 명령할 수도 없다. NCP의 분쟁해결 절차는 협의와 화해를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 NCP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위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관이며, 위원장을 포함한 9인이내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이드라인 위반 사건에 대한 이의제기를 효과적으로 조정·중재하기 위한 중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이 사무국을 맡고 있으며, 가이드라인에 관한 문의, 홍보, 교육, 분쟁해결 처리, 산업부와 OECD에 대한 가이드라인 이행상황 보고 업무를 하고 있다.

OECD 기업책임경영을 위한 실사지침

OECD 기업책임경영을 위한 실사지침(OECD Due Diligence Guidance for Responsible Business Conduct)은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해당 지침은 기업들이 기업책임경영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8년 5월 31일 제정되었다.

실사(due diligence)는 기업의 운영, 공급망 및 기타 거래 관계에서 발생했거나, 발생 가능한 부정적 영향을 파악해 예방 및 경감시키며,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업들이 수행해야 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OECD는 실사 절차가 기업책임경영과 관련해 발생하는 사건 정황에 부합할 것과 위험 요인을 고려해 적용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다음 6가지 절차를 제시하고 있다.

ISO 26000

국제표준화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ISO)는 2010년 11월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표준인 ISO 26000을 발표했다. ISO 26000은 기업, 정부, NGO 등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조직이 준수해야 할 사항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ISO 26000은 제3자의 인증을 요구하는 다른 ISO 표준들과는 달리 자발적 준수가 원칙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을 포함한 80여개국이 ISO 26000을 사회적 책임 국가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ISO 26000은 크게 7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부터 제3장까지는 적용 범위, 용어, 사회적 책임에 관한 이해를 위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4장은 사회적 책임을 위한 7개 원칙(설명책임, 투명성, 윤리적 행동, 이해관계자 이익 존중, 법률 존중, 국제적 행동규범 존중, 인권 존중)을 밝히고 있다.

제5장은 사회적 책임을 인지하고 이해관계자 참여에 관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제6장에서는 7개의 핵심주제(지배구조, 인권, 노동, 환경, 소비자, 공정운영,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 및 이슈별로 나누어 총 240여개의 기대사항을 정리하고 있으며, 제7장은 이행수단과 방법론을 제시한다.

시사점

국내외에서 점차 다국적기업에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종래에는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는 CSR 이니셔티브가 대세를 이루었으나 CSR가 자선적, 자발적, 홍보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다는 한계로 최근 몇 년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및 실사를 강화한 기업책임경영(RBC) 개념이 대두되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에서는 RBC 법제화로 확대되고 있으며, RBC가 점차 사회적 규범으로 자리잡고 있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의 경우 이의제기가 NCP에 접수되면 공개적으로 분쟁처리 절차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공개 메커니즘은 이른바 ‘공개해서 망신주기(Naming and Shaming)’라는 방식이다. 가이드라인 자체에 법적 구속력은 없어도 분쟁처리 절차에 참여하지 않거나 무성의하게 대응하는 경우 해당 내용을 공개해 기업들의 평판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ISO 26000 역시 자발적 준수를 원칙으로 하는 가이드라인이나, 국제무역이나 해외시장 진출에 있어 기업의 중요한 평가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이니셔티브의 내용을 숙지하고 인권경영, 환경, 반부패, 지역 일자리 창출 등 비재무적 요소를 강화한다면 기업활동 리스크 감소는 물론 지속가능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