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의 해외활동이 확대되면서, 진출국의 노동, 환경, 소비자 보호 등 광범위한 영역에 미치는 영향력도 증가하였다. 이에 1976년 OECD는 다국적기업이 경제·사회·환경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촉진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채택했으며, 이후 5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 2011년 개정본이 적용되고 있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가입국들이 설립한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act Point)를 통해 이행력을 확보하고 있다. 다국적기업, 근로자, 소비자, NGO 등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의 이해당사자이면 누구나 NCP에 이행 관련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이의가 제기된 경우 NCP는 분쟁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쟁해결 절차를 제공한다. 이번 호에서는 국가별 이의제기 사례와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 NCP

1)노동조합 v. 제조업회사 A

이의제기자들의 주장: A회사는 조합원 동향을 감시하고 조합원에게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하였다. 또한,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 등 노동조합의 권리를 침해하고 단체교섭에 필요한 장소, 시간을 제공하지 않았으며, 단체교섭에 대표이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또한, 해외 진출국 내 비교대상 기업이 준수하는 노사관계 기준도 준수하지 않았다.

피제기자들의 답변: A회사는 단체교섭에 필요한 시설을 제공하여 장소에 따른 제약 없이 매년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또한, 법적으로 단체교섭을 위임할 수 있었음을 지적하고 조합 사무실, 조합비 공제, 근로시간 면제 등에 대한 요청을 최대한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한국 NCP는 3차례 조정 회의를 개최하였으며, 노사 양측과 개별 미팅을 진행하고 협상 진전을 위한 중재 의견을 제시했다. 양측은 권고 검토 후 당사자 간 대화와 협상을 별도로 진행하여 주요 쟁점인 조합비 공제, 타임오프 제도, 임금 인상분 소급 적용, 사무실 제공 등을 다룬 중재위원회 중재안에 합의했다.
양 당사자는 한국 NCP가 제공하는 조정 절차에 참여하여 1년간 교착상태에 있던 대화를 재개하였고 당사자 간 합의를 이루었다. 이는 노동조합 측이 제기한 이의가 한국 NCP의 조정을 통해 자율적 합의에 도달한 최초 사례이다.

2) NGO v. 종합상사 등

이의제기자들의 주장: 우즈베키스탄은 국영기업만이 면화를 독점적으로 구매‧판매할 수 있다. 수확기에 강제근로 및 아동근로가 자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제기자는 현지 법인을 설립하여 우즈베키스탄 면화를 구매, 가공, 판매함으로써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주장하였다.

피제기자들의 답변: 피제기자들은 자신들의 사업장에서는 강제근로 및 아동근로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지역사회에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병행하며 인권 증진 노력을 지속하고 있고, 이와 같은 문제에 꾸준히 개선을 촉구하여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의 모니터링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등 변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NCP는 우즈베키스탄 정부 및 국영기업은 피제기자들과 동일한 공급망에 있으며, 이에 따라 기업활동과 제기된 쟁점 간에는 비즈니스 관계에 의한 연관성을 부정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면화 시장이 상당한 판매자 우위의 시장이며,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ILO와 같은 국제기구와 협조를 시작하였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제기자들이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국영기업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보며 1차 평가단계에서 사건을 종결하였다.
비록 1차 평가단계에서 사건이 종결되어 NGO 등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사건 종결시 한국 NCP는 피제기자 측에 적극적인 권고를 내렸으며, 수개월 뒤 이행상황을 보고 받았다.

3) NGO v. 제철회사

이의제기자들의 주장: 이의제기자들은 인도의 대규모 철광산 및 제철소 설립 프로젝트 진행 당시 인권 및 환경실사 절차 미비, 국유지 소개 및 토지 수용과정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미비 등이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이라 주장하였다.
피제기자들의 답변: 원주민의 인권과 지역의 환경보호를 위해 사회경제조사, 환경영향 평가 등을 실시하였고, 폭력사태 관련 인권침해는 주정부의 공권력 집행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며, 주민과 협의를 진행하여 이주보상 계획에 반영하였다고 답변했다.
한국 NCP는 이의제기 대상이 된 기업활동은 인도 주정부의 행정행위로 판단, 이에 대한 합법성 및 정당성은 NCP가 아니라 인도 법원의 관할로 넘기며 1차 평가단계에서 해당 사건을 종결했다.
한국 NCP는 해당 사건을 1차 평가단계에서 종결했으나, 피제기자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해외 투자자들은 피제기자에 대한 투자를 철회해 이후 프로젝트는 무산되었다.

영국 NCP

1) WWF v. SOCO

이의제기자들의 주장: 이의제기자는 피제기자의 석유 탐사활동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콩고민주공화국 비룽가 국립공원 보존과 양립할 수 없고, 피제기자가 사전 인권실사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지역사회와 협의를 거치지 않아 OECD 가이드라인 위반이라고 주장하였다.
양 당사자가 조정절차를 통해 30일 이내에 탐사 활동을 중단하고, 유네스코와 콩고정부가 탐사활동이 국립공원 보존에 해를 끼치는 것으로 판단하면 비룽가 국립공원에서 시추작업을 수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뒤 분쟁이 해결되었다.

2) Survival International v. Vedanta Resources PLC

이의제기자들의 주장: 인도의 2개 부족은 그들의 영토에서 진행되는 피제기자의 광산 프로젝트가 원주민 강제 퇴거 및 오염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제기자들의 답변: 피제기자는 영국 NCP가 제공한 조정절차 참여를 거부하였고, 이후 NCP의 권고도 무시하였다.
이에 영국 NCP는 최종성명서에서 피제기자가 관련 지역사회와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인권 영향평가(Impact assessment)를 실시하지 않은 것은 OECD 가이드라인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피제기자의 조정절차 참여 거부는 평판 악화에서 나아가 주주들의 투자회수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Church of England가 380만 파운드, Martin Currie Investment Management는 230만 파운드, Rowntree가 190만 파운드 상당의 Vedanta의 주식을 매각하고 투자를 회수했다.

네덜란드 NCP

former employees of Bralima v. Bralima and Heineken

이의제기자들의 주장: 콩고민주공화국 내 하이네켄 사업장에서 1999년부터 2003년까지 168명의 직원이 부당해고를 당했고, 일부 근로자들은 이유 없이 조기퇴직을 강요받았으며, 충분한 보수 및 복리후생도 제공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피제기자들의 답변: 당시 콩고 내전으로 해당 사업장 수입이 급락했으며, 정치·경제적 상황으로 인한 비용의 절감이 필요했다. 인력조정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상지급은 완료했다.
이 사건은 관련 당사자들, 외부 노동법 전문가, 조정인 간의 협력, NCP의 모니터링을 통해 만족스러운 합의에 이르렀다. 피제기자는 이의제기자 측에 금전적 보상을 지급했고, 결과를 비밀에 부치기로 합의했다.

스위스 NCP

1) Building and Wood Workers’ International(BWI) v. FIFA

이의제기자들의 주장: 이의제기자들은 FIFA가 2022년 월드컵 개최지를 카타르로 결정할 당시 이주근로자 인권에 악영향이 미칠 것을 예측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FIFA가 카타르 내 이주근로자 처우 실사를 하지 않아 월드컵 경기장 건설근로자 여권 압수, 임금체불 등 인권침해를 초래해 OECD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피제기자들의 답변: 피제기자는 카타르 국왕과 가진 회의에서 이주근로자 인권을 지속해서 언급했고, 카타르 축구협회와도 대화를 나누었다. FIFA는 ISO 26000을 준수하고 있으며, 아동근로 방지, 산업안전보건 촉진 등 윤리적 비즈니스 관행을 포함한 FIFA Quality Programme을 시행·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양 당사자는 NCP 중재절차를 거쳐 다음에 합의했다: ① FIFA는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과 UN 기업인권 이행원칙을 따라 건설현장 등의 실사 과정에 기여하고 관련 정부기관과 협력한다. ② FIFA는 근로자 복지, 안전보건 매뉴얼을 마련한다. ③ FIFA는 건설현장 근로환경 모니터링 개선 관련, 이의제기자와 MOU를 체결한다. ④ 인권자문단을 설치, 근로자 고충처리 메카니즘을 검토·개선한다. ⑤ 근로자 안전·인권 개선을 위해 연 2회 이의제기자와 회의를 가지며, 근로자 역량강화를 위해 협력한다.

시사점

다국적기업의 경제적 영향력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과 진출국의 사회 전반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일부 대기업들은 기업책임경영 관련 행동강령 등을 자발적으로 선언하고,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공급망 내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실사 절차를 마련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 사례를 보면 다국적기업이 공급망 모니터링을 실시했거나 행동강령을 수립·선포했다는 것만으로는 법적 책임을 완전히 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영국의 Vedanta와 같이 인권경영 지침을 선포한 경우 역으로 잠재적 책임발생의 근거가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법적 책임과 리스크에 대응하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단순 모니터링이나 행동강령 수립·선포에서 나아가 공급망 내 기업책임경영에 대한 총체적 점검과 그 결과를 반영한 능동적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